노무현 아닌, 노무현의 사람들이..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노무현. 그 석자로 족했다.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말이다. '봉하일기'. 이 책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지낸 227일 동안의 기록이 담겨 있다. 비서진 10여명이 돌아가면서 쓴 '봉하일기'는 모두 16편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봉하마을 이야기를 적은 '봉하 그 후'까지 하면 17편이다. 여기다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 16편을 함께 엮었다. 2008년 2월2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봉하일기'의 시작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민들과의 상견례를 한 같은 해 3월12일이 첫 번째다.그 다음엔 오리농법을 시작한 사연, 자신을 보러온 사람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 현실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갔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 등이 이어진다. 김경수 노 전 대통령 비서관은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봉하일기에선 수많은 노무현을 만날 수 있다…할아버지 노무현이 있다. 농부 노무현도 있다. 시민 노무현도 있다. 봉하일기는 그 수많은 노무현이 남긴 이야기다.' 정말 그랬다. 어떤 대목에선 대통령 노무현이 보이는가 하면, 또 다른 대목에선 농부 노무현이 나타났다. 2008년 3월12일. 전입신고 날.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뒤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면서 "물러났더라도 대통령 하던 사람이고, 아는 공무원들 많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락없는 봉하마을 주민, 노무현의 모습이었다. 오리농법에 뛰어든 농부 노무현의 얘기도 인상적이다.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시민 노무현도 '봉하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이야기는 2008년 10월 말에 멈춰 있다. 검찰 수사 등이 시작되면서 봉하일기는 점차 잊혀져갔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마지막 봉하일기, 그 뒤로 등장하는 '봉하 그 후'. 3년 만에 새로 쓰는 봉하일기다. 대통령이 봉하에 심어 놓은 꿈들을 이뤄가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봉하마을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 모델로 만드는 일과 시민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일, 이게 바로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꿈꿨던 것들이다. '한 사람이 꿀 때는 꿈에 그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꿈이 현실로 바뀌는 날까지 봉하일기는 지속될 것이다. 노무현의 꿈을 나눈 모든 이들에 의해'라는 마지막 문장이 유독 머릿속을 맴돈다. 봉하일기/ 노무현 외 지음/ 부키/ 1만4800원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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