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단속에 나는 위조기술블랙마켓 260억달러로 세계 11위도덕불감증부터 바꿔야
[아시아경제 공동취재단 기자] 사회도, 경제도 온통 '가짜'판이다. 가히 '가짜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다. 짝퉁 명품과 양주, 가짜 석유 등 불법 상품 제조와 유통, 판매로 인한 피해는 눈물이 날 지경이다. 공정거래 질서가 무너지고 국가 신뢰도와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가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경제신문은 2012년 새해를 맞아 위조 상품의 폐해를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를 통해 가짜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문제점을 예방 및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본다. # 지난해 말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샤넬과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의 가짜 제품들이 120억원어치 판매된 사건이 발생했다. '짝퉁명품'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속은 것이다. 이러한 사기를 벌인 박 모씨 등 일당은 환치기 방법으로 중국에 물건 대금을 송금하고 가짜 손목시계 등을 구입한 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들여오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서울 동대문시장 근처 노상에서 구입한 중국산 짝퉁 손목시계, 티셔츠 등을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판매해 부당 이익을 챙겨오다 세관에 붙잡혔다. # 송 모씨 등 3명은 지난해 중순 한적한 시골에 유사휘발유 제조공장을 차린 뒤 50억원 상당을 제조해 창원과 울산 등 영남권 일대에 판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다른 일당도 경기도 평택의 창고에서 유사휘발유 21만ℓ 4억원 어치를 만들어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판매해오다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진짜 휘발유보다 ℓ당 600~700원 정도 싼 값에 유사 휘발유를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가짜 상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암시장(Black market) 전문조사 사이트인 '하보스코프닷컴(havocscope.co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약 260억 달러 규모로 세계 11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이어 세계 아홉 번째로 총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한 한국의 경제 위상 만큼이나 가짜상품이 판을 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대한민국에 널리 퍼진 짝퉁 상품의 위력 가짜 공화국에서 유통되는 위조상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짝퉁 명품을 비롯해 가짜 석유와 양주,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속는 경우도 있고 알면서도 진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짝퉁 명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불법으로 제조된 가방과 옷, 시계 등이 다양한 채널로 유통돼 소비자들을 유혹 중이다. 거래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차명계좌, 퀵서비스 등 온갖 수법이 동원되고 판매책 간에도 서로 신분을 숨기는 등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 대부분이 음용하는 주류 시장도 마찬가지다.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양주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짜 양주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적인 규모의 가짜 양주 제조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업소에서 남은 술을 섞어 파는 식의 소규모 유통은 성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물론 업체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등 짝퉁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0% 정도다. 이는 세계 평균인 42% 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선진국 평균 수준인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치인 27%와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다. 불법복제에 따른 손실액은 약 7500억원에 달한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10%만 줄여도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소프트웨어가 국내 산업 발전의 초석인 만큼 불법 복제를 줄이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위조상품이 지속적으로 유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조 상품의 소비문화가 이미 만연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성인 남녀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57.8%가 위조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 사회ㆍ경제에 악영향 단속과 인식변화 필요 가짜 상품의 범람은 국가 신뢰도와 경쟁력 약화, 공정하게 거래를 하는 정상적인 업체들의 매출 감소 및 이미지 추락 등을 불러온다. 소비자들에게도 금전적인 손실과 상처를 남긴다. 특허청과 관세청 등 정부기관에서 '짝퉁' 퇴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도 이같은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특허청을 비롯한 검ㆍ경 및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아무리 위조상품의 생산ㆍ공급업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짝퉁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위조상품의 척결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위조상품 생산ㆍ공급업자와 이를 알면서 구매하는 소비자의 공생관계가 존재하는 한 짝퉁은 마약처럼 계속 생산 및 공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소비문화를 확산하고 실천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짜 시장은 상품 외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퍼져 있다. 허위 기초수급자와 일명 나이롱 환자 등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노인단독세대로 소득인정액이 17만원에 불과해 2009년 4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11월 경기도 가평군에 14억원에 달하는 토지를 본인 명의로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 전주시의 C씨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는 자녀의 의료비 지원 명목으로 2007년부터 매월 65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신청당시 소득인정액은 82만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그는 전주시에 15억원짜리 건축물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롱 환자 보험사기도 우리 사회에 가짜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태백시에서는 주민들과 병원장,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150억원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가짜에 동참한 사람들은 무려 560여명에 이른다. 보험 가입자와 보험 설계사, 병원 등이 한통속이 돼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무조건 병원에 입원하고 보는 '도덕불감증' 사람들부터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일당까지 모두 가짜공화국을 만드는 주범들이다. /특별취재팀/ 신범수 차장 오현길 박소연 김철현 박혜정 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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