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 판매량을 묻지 마세요

애플과 소송 패배 때 배상액 산정 영향으로 '함구령'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플과 소송을 치르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판매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실적부터 스마트폰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삼성전자가 발표한 스마트폰 판매량 때문에 다소 불리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법무팀 차원에서 외부에 발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에 패소해 손해를 배상할 경우 공식적으로 발표한 스마트폰 판매량이 배상 금액을 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양사가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선에서 소송을 마무리 지을 때도 판매량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특허 침해 문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갈등을 빚자 스마트폰 1대당 4달러 안팎의 특허 사용료를 지급키로 하고 논란을 끝낸 적이 있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 협상 과정이나 법원 판결 이후 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배상액 산정의 절대적인 요인"이라며 "시장조사기관 예상치보다 삼성전자가 발표하는 수치가 더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공개할 경우 '몇 대 이상'으로 뭉뚱그리거나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면서 애플의 위치까지 위협하자 견제가 강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송사에 휘말려 있고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이기도 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발표해 애플을 자극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및 계열사가 지난해 애플로부터 벌어들인 부품 수입은 78억달러(약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판매량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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