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파고 거세질 2012년
새로운 항해를 떠난다. 파도는 높고 안개는 짙다. 불안이 엄습한다. 하지만 한 조각 설렘이 없지 않다. 낯설고 험하지 않은 항해가 언제는 있었던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결단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놀라운 변화도 겪을 것이다. 미리 겁 먹을 것은 없다. 좌절과 희망을 가른 것은 언제나 나, 우리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었던가. 새해가 열렸다. 2012년은 '대변화'의 예고로 시작됐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는 위태롭고 권력은 요동친다. 지구촌에는 대선 또는 정권교체가 예정된 곳만 60여개 나라에 이른다. 새 국가권력, 새 지도자의 등장은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향한 글로벌 리더십의 대전환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4월)와 대통령 선거(12월)가 한 해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다. 한국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미국, 중국, 러시아 역시 최고 지도자를 새로 뽑는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차기 지도자와 정책방향은 확정됐거나, 예측이 가능한 상태다. 한국은 오리무중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다. 어느 곳보다도 한반도의 정세는 유동적이며 변수가 많다. 정치와 정당, 의회민주주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양대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정치가 신뢰를 되찾고 국가 정책과 비전에서 분명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진인가, 후퇴인가. 화합인가, 갈등인가. 더불어 갈 것인가, 따로 갈 것인가.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도 중차대한 과제다. 이 모든 것이 새 질서를 열어갈 리더십의 창출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집권 5년차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의 바르고 책임있는 국정 운용이 중요하다. 나라마다 리더십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경제다. 우리의 삶을 떠받치는 경제는 불확실성에 둘러 싸여 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위기는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유럽의 침체, 미국의 저성장, 중국 등 신흥국의 급격한 경기하강으로 요약되는 글로벌 경제는 새해에도 불안한 나날을 보낼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국가이기주의가 활개친다. 언제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이 다시 불 붙을지 알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3.7% 저성장을 선언하면서 '연착륙'을 강조한 터다. 불황 속에 도사린 1000조원의 가계부채,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물가 불안은 새해 서민경제를 한층 아프게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해법은 바닥을 드러냈다. 재정위기를 목도하면서 정부의 곳간을 함부로 풀 수 없다. 금리의 경기 조절능력도 떨어졌다. 제조업은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마주한 딜레마다. 정부가 안정과 연착륙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식어가는 성장 동력을 그대로 놔둘 것인가. 성장은 분배의 반대말이 아니다. 국력에 걸맞은 성장이 이뤄져야 분배가 가능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발상의 전환, 난관을 돌파하는 열정과 지혜, 힘을 결집하는 신뢰가 중요하다.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 확대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 쏠린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고부가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미봉책이 아닌 창의적 발상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 정책의 혁신적 발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다. 정부의 통제와 시장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성공하려면, '탐욕의 경제'라는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시장에서 패배한 자가 기꺼이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가 정립돼야 한다. 정치가 민심이듯 경제도 마음이다. 정의로운 경제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살리고 시장을 키운다. 99%가 고통받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격변의 시대, 글로벌 리더십의 일대 전환기다. 올 한 해 민심을 관통하는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한 통합, 나눔, 위기돌파의 새로운 리더십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경제와 기업을 일신하길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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