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에르메스 가방을 색깔별로 지닌 그녀들을 자주 만나는 동네. 그 가운데에도 선호하는 브랜드와 트렌드는 엄연히 존재한다. 한창 잘 나간다는 청담동 어느 카페, 오후 3시 경이면 그곳을 찾은 이들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제품을 만들고 있는 장인
'백보다 시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패션 아이템은 시계였다. 여성들도 유난히 다이얼이 크고 무게감 느껴지는 시계를 탐냈던 한 해. 매출로 봐도 전년 대비 올 한해 시계와 보석은 여타 의류와 잡화를 누르는 월등한 판매율을 보였다. 관광객마저 가세한 그 판매고 덕분에 어떤 시계는 손에 넣기 위해 2~3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이러한 성장세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의 시계 전문 매장 오픈이 방증한다. 면세점 호황도 빼놓을 수 없다. 몇 백만 원대에서 몇 천 만 원대를 넘어 억대를 호가하는 시계가 등장했다. 자동차처럼, 여성의 주얼리처럼 시계는 스타일을 어필하는 데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 된 것이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 현빈은 예거 르쿨트르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착용했던 예거 르쿨트르의 그랑 리베르소 976(Grande Reverso 976)는 방송을 타자마자 문의가 쏟아졌다. 그리고 금세 대기 명단이 만들어졌다. 예거 르쿨트르는 관계자는 남성들의 호응이 뜨거운 이유로 “가족과 직장에 헌신하던 남성이 이제는 취미나 레저 라이프, 패션을 즐기고 있기 때문"을 언급했다. 이들은 트렌드에 호응해 아웃도어에도 적합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했고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랑에 운트 죄네 타임존
시계에 대한 반응이 고조되자 파텍 필립은 단독 매장을 오픈했고, 몽블랑이나 에르메네질도 제냐처럼 시계에 주력하지 않던 브랜드가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도 눈에 띈다. 올해 성장세를 생각하면 시계 브랜드는 내년이 두렵지 않다. 시계 열풍, 한 해를 마무리하며 브랜드에 물었다. 올 한해, 가장 인기를 구가한 제품은 무엇인가. 랑에 투르비옹, 푸르 르 메리트(Pour le Merite) 허니골드 에디션
▲ 리차드 랑에 투르비옹 허니골드
랑에 운트 죄네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이 집약된 시계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치를 이해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은 새로운 제품 소식에 누구보다 예민하다. 전 세계 단 15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허니골드 에디션의 경우도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 모델의 주요 소재인 허니골드는 일반 옐로우 골드와 다르다. 특별한 비율로 만들어진 합금으로 빛이 다르고, 일반 옐로우 골드보다 약 2배 정도 단단한 경도를 가지고 있다. 허니골드 에디션은 푸르 르 메리트 제품 가운데 네 번째로 선보이는 제품이다. 제품은 랑에 운트 죄네만의 독창적인 기술이자 시간 표기에 오차가 없도록 설계된 가장 안정적인 방식의 매커니즘인 ‘퓨지 앤 체인(fusee-and-chain)’이 적용됐다. 이것에 투르비옹(중력이 발생시키는 시간의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는 것이 더해진 제품이다.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NAVITIMER) 011952년에 처음 선보인 이 시계는 파일럿과 항공 전문가를 위한 내비타이머다. 파일럿을 위한 시계인 만큼 평균 속도, 연료 소비, 상승/하강 속도, 마일을 킬로미터로 환산하는 등의 계산이 가능하다. 지금은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든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델이다. 이러한 히스토리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모델일 수밖에 없는 시계다.
▲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01
브레게, 레인 드 네이플(Reine de Naples) ‘나폴리의 왕비’라는 의미를 지닌 이 시계는 나폴리의 여왕이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여동생이던 카롤린 보나파르트를 위한 최초의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화려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는 139개로 세팅된 다이아몬드 또한 인상적이다.
▲ 브레게, 레인 드 네이플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퀀템 루나(Duometre A Quantieme Lunaire)현빈이 착용해서 화제가 된 제품으로 하나의 태엽통에서 독립된 동력을 저장하는 ‘듀얼 윙 컨셉트’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시간을 1/6초 단위까지 보여주는 모델이다.
▲ 예거 르클트르, 듀오미터 퀀템푸나 핑크골드
IWC, 빅 파일럿(Big Pilot’s Watch)비행기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문자판은 당시 파일럿을 위한 시계임을 증명한다. 파일럿은 제복 위에 시계를 착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커야만 했다. 조종 장갑을 낀 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큼지막한 크라운도 눈에 띈다.
▲ IWC, 빅 파일럿 워치
빅 파일럿이라는 이름답게 20세기 중반 독일 공군에 공급되었던 파일럿 워치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육중한 느낌. 그 매력에 꾸준히 사랑 받는 시계다.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Carrera Calibre) 1887 크로노그래프까레라 1887 크로노그래프는 창립 150주년을 기념, 첫 번째 자사 무브먼트 칼리버 1887을 탑재한 모델이다. 올 한해 가장 많이 팔린 태그호이어, 합리적인 가격대에 콤팩트한 사이즈가 발군이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편안한 착용감을 전해주며 캐주얼과 슈트를 모두 포용하는 디자인.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제품이다
▲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1887 크로노그래프
※ 용어 정리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 정지장치(스타트, 스톱 그리고 다시 0으로 복귀시키는 리셋 기능)를 추가로 갖춘 손목 또는 회중시계. *무브먼트(Movement) : 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 장치다. 동력을 가해 바늘 침이 움직이게 만들며 전지 힘으로 움직이는 쿼츠 무브먼트와 손목 운동에 의해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나뉜다. <hr/>▷ 파텍 필립, '가장 마지막 시계'
이달 초, 갤러리아 EAST에 단독 부티크를 오픈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브랜드 파텍 필립(Patek Philippe). 파텍 필립은 1839년, 폴란드를 떠나 스위스로 이민 온 귀족 앙투안느 드 파텍과 프랑스 태생의 시계기술자 장 아드리앙 필립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다. “파텍 필립은 당신이 소유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당신은 그저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이라는 문장은 파텍 필립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 파텍 필립의 국내 정식 매장 오픈이 시계 애호가들을 떨리게 하는 이유, 파텍 필립은 시계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브랜드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화려함으로 따를 게 없는 시계. 엘리자세스 2세 여왕, 앨버트 왕자, 로마 교황, 사르코지 대통령 그리고 달라이 라마까지 좋아하는 브랜드다. 이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Calatrava)는 가장 유명한 컬렉션으로 1980년대 중반에 도입한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남성을 위한 옐로 골드, 여성을 위한 화이트 골드의 칼라트라바를 선보이고 있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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