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기자
김민태 학생인권옹호관
김민태(사진ㆍ38)씨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학생인권 지킴이' 역할을 맡게 된 학생인권옹호관 3인방 중 한 명이다.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센터에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경기도교육청 내 남서부 제2권역 8개 교육지원청(부천, 안산, 시흥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학생인권옹호자라고 하면 교사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우리는 아직 조례를 잘 모르는 교사들에게 예전 방식이 아니라 인권조례에 적합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돕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옹호관의 임무는 <장면 1>이 발생했던 학교를 <장면 2>의 상태로 바꾸는 작업을 지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면 1>이 발생한 고등학교의 사례를 김 옹호관은 과연 어떻게 처리했을까? 우선 교사에게는 문제상황 조사시 절차별, 진행단계별로 문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문서작성 방법을 알려줬다. 또한 체벌을 가하지 않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교사 인권연수를 실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학생들에게는 반성문 형식의 진술서 대신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자기변론서'를 쓰도록 했다. 잘못이 없는 학생들과는 다르게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은 자기변론서를 작성하기 위해 '내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나, 난 이런 행동은 잘 했어'라고 냉정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 방법을 학생지도에 전면 활용하기 시작한 이 고교는 문제 학생 발생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학생인권옹호관의 역할=그는 학교가 헌법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를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해보고 연습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예로 '사회수업의 한 장면'을 들었다. 헌법,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가르치던 교사는 맨 앞 줄에 앉아 졸고 있던 학생과 그 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을 보고 일어나라고 한 뒤 간접체벌(앉았다 일어나기)을 가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학생들에게 체벌에 대한 아무런 합리적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을 인권의 주체라기보다는 무조건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는 의식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학에서 나오는 '특별권력관계 이론'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특별한 권력에 의해 통제한다는 이론)처럼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교도소내 수용자, 군대내 군인들처럼 무조건 제한하고 통제돼 왔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잘 이해한 교사라면 이런 상황에서 학생에게 민주적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학칙에 의해 수업방해나 불성실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설득과 제제를 통해서도 지도하기 어려운 문제학생들로 인한 교권추락 우려에 대해 김 옹호관은 전문적인 시스템 도입과 지원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그는 "심한 문제 또는 위기 학생들의 경우 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학생들을 위해서는 전문 상담교사 집중배치, 집중지도 컨설팅 등의 집중지원 프로그램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위탁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산=박은희 기자 lomoreal@박은희 기자 lomore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