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1, 2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우리는 왜 웃는가?’ 1권의 첫 장을 열자마자 도발적인 문장 하나가 단도직입적으로 독자들을 향해 물음표를 던진다. <웃음>의 화두인 셈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왜 ‘웃음’을 신작의 주제로 택한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작가 후기에서 노란 테니스공 이야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야기는 그가 첫 소설인 <개미>를 쓰기 시작한 1년이 지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초고를 써 주위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주곤 했다. 그런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나보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던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피레네 산맥에 등산을 갔다 도중에 찬비를 만나는 바람에 꼼짝없이 산속에서 발길이 묶이게 됐다. 춥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그와 친구들은 서로 빙 둘러 앉아 유머 경연을 벌이게 된다. 그때 한 친구가 ‘너희 노란 테니스공 얘기 알아?’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인즉슨 한 남자아이가 중학교 졸업 기념으로 아빠에게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원하는 건 자전거지만 고집스럽게 노란 테니스공을 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몇 해 뒤에 대학에 붙었을 때도, 또 다시 몇 해 뒤에도 아들은 아버지에게 노란 테니스공을 선물로 요구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왜 노란 테니스공만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됐고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들은 ‘때가 되면 말하겠다’며 시간만 끌었다. 그러던 몇 해가 지나 어느 날 아들이 큰 사고로 위독한 순간을 맞게 됐다. 죽기 직전 아버지에게 그동안 노란 테니스공을 왜 고집했는지 이유를 밝히려는 찰나에 아들은 ‘그게요…’ 하다가 그만 죽어버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허무하다 못해 허탈하고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들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허탈했지만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친구들은 한 친구의 어이없는 이야기 덕분에 서로에게 달려들어 간지럼을 태우고 쥐어박으면서 한바탕 웃었고 그러는 사이에 산행의 고통과 길을 잃어 캄캄한 산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한꺼번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혼자서 곱씹고 있을 때 내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바로 이게 서스펜스의 위대한 비밀이야. 노란 테니스공을 만들어내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그날로 베르나르는 신비스러운 지하실을 노란 테니스공으로 삼고 <개미>를 다시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훌륭한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우스개로 요약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때부터 이야기에 대한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근원이 유머, 웃음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유머에 대한 열정과 우스개에 대한 지혜를 전달하는 방식을 놓고 숙고했다. 소설 <웃음>은 그렇게 탄생했다. <웃음>의 이야기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된다. 프랑스 국민 개그맨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자 여기자와 전직 과학전문 기자가 각자 비밀을 풀어 나간다.“하나의 우스갯소리가 나로 하여금 이야기꾼의 기법을 깨닫게 해줬다.”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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