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월세 상한제', 부작용 우려된다

한나라당이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방식은 주택의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경우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한 월세의 비율인 월세전환율(월세이율)에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다. 상한은 은행의 예금이자보다는 높고 대출이자보다는 낮은 수준이 적당하다는 게 한나라당 정책위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그런 수준이 연 5%라면 전세 1억원짜리 주택을 보증금 5000만원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월세를 연 250만원(월 20만8000원) 이하로 규제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게 된 이유와 명분은 이해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2040세대'의 표심을 얻는 방법을 찾다가 그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전세 위주였던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해 적절한 세입자 보호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취지와 목적대로 시장이 늘 움직여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택임대차 시장처럼 오랜 세월의 관행이 쌓이고 국민생활의 여러 부문과 복잡하게 얽힌 시장에서는 월세 상한제와 같은 노골적인 가격규제가 소기의 효과를 내주기보다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월세전환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월 2부(단리로 연 24%)에 머물렀지만 2000년대 초 이후 점차 낮아져 최근에는 대체로 월 1부(연 12%) 이하이나, 지역과 주택의 종류에 따라 연 5~12%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월세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그들의 주택이 월세 매물로 나오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월세전환율이 아직은 시중금리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데 주로 기인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전환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낮게 설정하면 월세 공급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고, 반대로 높게 설정하면 시장에서 낮게 적용되던 부분에서 월세전환율이 상한으로 올라 붙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보다는 월세 매물에 관한 정보가 보다 폭넓게 공유되게 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월세든 전세든 임대주택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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