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이색 '부벽루(浮碧樓) 중에서'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하늘에서 온 사람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산은 푸르고 강은 저홀로 흐르네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長嘯倚風 山靑江自流 이색 '부벽루(浮碧樓) 중에서'
■ 고려말의 시인 목은 이색이 지은 이 시는 이 땅에서 지어진 한시 중에서 으뜸이라 꼽는 이도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지은 아홉 개의 절 중에 하나라는 영명사를 지나던 시인은 문득 그 동쪽에 있는 부벽루에 들른다. 하늘을 나는 말인 기린마는 고구려 동명성왕의 자가용이다. 그는 이 말을 타고서 기린굴로 들어갔는데 그때 조천석이 튀어나와 그 바위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동명성왕은 해모수의 아들이며 하늘의 손자이다. 천손(天孫)은 어느 곳에서 놀고 계시는가. 목은은 동명성왕의 위치 추적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하늘의 뜻을 알고 세상에 바른 정치를 행하던 리더가 그리운 것이다. 천년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렸던 이육사나, 천년 전의 백마 타고 떠난 초인을 그리워한 목은 이색이나, 삶과 국가의 정체성이 가장 위기에 내몰렸던 때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오직 700년쯤 뒤에 서울에서 귀 하나가 열려, 부벽루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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