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최고의 항생제는 '웃음'

20세기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이 1928년에 발견한 페니실린이다. 게으름뱅이 과학자였던 플레밍은 실험을 하던 배지를 내 팽겨 쳐 두고 휴가를 다녀왔는데 배지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곰팡이 주변에는 종기세균이 자라지 않은 것을 보고 실험을 거듭한 끝에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만 해도 손에 조그만 상처가 나도 손이 곪아 팔을 잘라야 했고 수술환자의 생존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페니실린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페니실린 사용으로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올라갔으니 말이다. 금세기 초만 해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50세에 불과했으나 최근 80세까지 높아진 것도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 여러 가지 세균성질병에 적합한 각종 항생제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이렇게 좋은 항생제도 오ㆍ남용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 10월, 당시 12세였던 미국의 오마르 리베라는 농구코트에서 작은 상처를 입었다. 치료를 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떠났다. 메티실린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것이었다. 일명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에 따르면 매년 1만9000명이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며 이중 20%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항생제의 과도한 오ㆍ남용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1950년대부터 성장촉진, 사료효율개선, 질병발생 억제 등을 위해 사료에 섞어 급여하고 있는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도 빼놓을 수 없다. 과도한 사용으로 축산물 내 항생제가 남아있는 경우가 생기자 유럽에서는 2006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월1일부터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을 전면 금지하게 됐다.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이 금지되면서 각국은 성장촉진용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느라 분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육계농가는 사람도 먹기 힘든 홍삼즙을 닭에게 먹이기도 하고, 어떤 양돈농가는 돼지한테 녹즙을 먹이기도 하는 등 별별 몸에 좋다는 약재를 가축에게 먹이고 있다.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생균제이다. 생균제는 그리스어로 'for life'를 의미하며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성질을 갖고 있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어 주고 사료의 소화 흡수율을 개선시켜 준다. 생균제는 또한 스스로 박테리오신과 같은 항균물질을 생성하여 장내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하고 면역기능도 향상시켜 준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식물 추출물이다. 식물추출물은 충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기능을 개선시켜 줄 뿐만 아니라 해독작용,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유기산은 위의 pH를 저하시키고 단백질 소화와 성장 촉진에 도움이 되며 효소제는 소화기관 내 미생물을 조절, 소화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사람이 한번 크게 웃으면 평상시 움직이지 않던 근육 중 230개 이상이 움직이고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산소와 영양분이 피부 곳곳에 전달돼 피부노화가 방지되고 건강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돼 생체조절 기능을 약화시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병이 나는 것이다.  가축에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친환경 동물복지 축산이다. 가축이 웃을 때 비로소 소비자도 안심하고 축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최희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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