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기도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 2000년식 싼타페를 모는 그는 기름값이 ℓ(리터)당 2000원을 육박하자 종종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유사석유를 구입했다. 자동차의 연비나 엔진에 무리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11년된 중고차보다는 ℓ당 200∼300원 싼 가격이 더 끌렸다. 마침 서울 영등포, 수원에서 ℓ당 100원 이상 싼 주유소를 찾아 여기를 단골로 다녔다. 주유소측은 마진을 줄이고 사은품을 주지 않아 싸게 판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들 주유소는 당국의 단속에서 유사석유를 정품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유사석유가 당국의 거듭된 단속에서도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길거리판매를 벗어나 이제는 주유소에서 정품으로 위장돼 대규모로 유통될 뿐만 아니라 속이는 수법도 교묘해지고 유사휘발유에 이어 유사경유까지 제품도 다양화하고 있다.8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유사휘발유 유통량은 59만2088㎘, 유사경유는 534만3275㎘ 로 전체 유사석유 유통량은 593만5363㎘로 추정됐다. 이 물량은 2009년 연간 국민들이 소비한 맥주량 200만㎘의 3배이고 같은 해 소주,맥주, 양주 등 전체 주류 출고량(333만3000㎘)의 1.8배에 육박한다. 유사석유는 50%에 육박하는 석유제품에 붙는 각종 세금을 내지 않아 탈루세액규모도 크다. 보통휘발유 기준 1ℓ(리터) 1800원이라고 하면 세금은 50%로 910원에 이른다. 교통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부가가치세 164.11원 등이다. 이를 토대로 2009년 유사석유 탈루세액은 유사휘발유 5312억원, 유사경유 1조1224억원 등 1조6536억원에 이른다. 2008년부터 지난 6월까지 3년6개월간 유사 석유 판매로 적발된 곳은 9785곳으로 1만여곳에 육박한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1743곳에 이른다. 석유관리원의 품질조사에서 상반기중 1만8220개 업소(정유사, 주유소, 대리점 등)가운데 1.8%인 333개 업소가 비정상 제품(유사석유나 품질부적합)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유소 비밀탱크에 쌓인 유증기가 폭발해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유사석유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앞으로 유사석유 취급자에 대한 과징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신고포상금은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였다. 유사석유를 단순 취급만해도 처벌하고 유사석유 판매행위로 얻은 이익은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전액 환수조치키로 했다. 유사석유 단속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에는 준(準)수사권을 줬다. 비밀탱크, 이중배관 등을 설치한 악의적 유사석유 취급자는 1회 적발시에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다가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해당사업장에 위반사실에 대한 게시문을 붙여야 한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은 "유사석유 단속에 따른 세수증가액을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면 휘발유는 리터당 최대 250원, 경유는 181원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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