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120분간의 혈투를 패배로 마감한 정성훈. 그는 자신의 아쉬움보다 고개 숙인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정성훈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의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경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전북은 전·후반을 2-2로 비기고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쉽게 2-4로 패하며 홈에서 알 사드에 우승컵을 내줬다. 상대 문전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인 정성훈은 이날 여러 차례 안타까운 장면을 남기며 누구보다 아쉽게 결승전을 마감했다.
전북의 공격을 이끌어오던 이동국의 부상으로 선봉장의 역할은 정성훈의 몫이었다. 그는 알 사드 진영에서 고군분투하며 쉼 없이 찬스를 만들었다. 전방을 향해 날아오는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상대 수비와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며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전반 13분 최철순이 중원에서 올린 크로스를 정성훈은 헤딩으로 서정진에게 이어줬고 서정진이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어 정성훈은 전반 15분 미드필드 좌측에서 박원재가 올린 크로스를 달려들며 직접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살짝 빗나갔다.
정성훈은 득점 찬스뿐 아니라 폭넓은 움직임으로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중원에서는 상대 거친 파울에 서너 차례 얼굴을 감싸 쥐고 쓰러지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경기 내내 사력을 다한 정성훈에게 운도 따르지 않았다. 1-2로 뒤지던 후반 42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중원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수비 맞고 뒤로 흘렀고 뒤에 있던 박원재가 헤딩으로 정성훈에게 연결했다. 정성훈은 지체 없이 왼발 발리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노렸다. 골키퍼 모하메드가 넘어지며 간신히 쳐냈고 뒤로 흐른 볼은 골포스트를 맞으며 빗겨나갔다.
후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소리와 동시에 그라운드에 쓰러진 정성훈.
동점골을 향한 회심의 슈팅이 무위로 끝나자 경기장은 4만여 관중들의 탄식으로 가득 찼다. 정성훈도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저리타임 이승현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승리의 여신이 전북을 향해 미소 짓는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정성훈은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한동안 쓰러져 있었다.
기쁨도 잠시, 연장 들어서도 정성훈의 불운은 계속됐다. 연장 후반 3분 에닝요가 올린 크로스를 정성훈은 상대 수비와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며 헤딩으로 연결했다.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파울 선언을 하지 않은 주심을 바라보며 정성훈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연장전이 저물어 가던 후반 8분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중원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상대 수비 맞고 정성훈 앞에 떨어졌다. 그는 가슴으로 한 번 공을 잡은 후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벽에 맞고 튕겼다. 뒤로 흐른 볼을 향해 오른 발로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손을 스친 공은 아슬아슬 골포스트를 빗겨나갔다.
실축 후 좌절감과 함께 돌아오는 김동찬을 누구보다 먼저 챙기며 다독이는 정성훈.
정성훈은 더 이상 체념할 힘도 없는 듯이 고개를 숙인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연장전을 마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전북은 두 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찬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며 맥이 풀렸다. 뒤에서 지켜보던 정성훈은 가장 먼저 다가가 고개를 떨군 김동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어진 세 번째 키커 박원재의 슈팅도 실패로 끝났고 전북은 홈에서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패배가 누구보다 안타까웠을 정성훈. 한참을 벤치에 앉아 지난 시간을 되뇌던 그는 실축의 자책감으로 고개 숙인 박원재에게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말없이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패배의 아쉬움 속에서도 실축한 후배의 어깨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 정성훈. 조용히 박원재의 어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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