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등 타 부처 법 제·개정에 건설사 '속앓이'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건설업계가 최근 타 부처의 불합리한 법개정과 국회에 상정돼 있는 일부 법안 개정으로 속앓이 중이다. 법무부가 단독으로 시행하다 최근 국토부와 협의를 거치고 있는 '집합건물법 개정안', 견본주택의 존치기간을 입주 후 1년 또는 입주예정자 과반수가 입주한 날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 도시숲 조성사업을 산립조합이나 산림사업 법인이 맡도록 한 '도시숲 조성·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반면 정작 시급히 다뤄야 할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나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함흥차사'여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31일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처도 아닌 타 부처나 국회에서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법안의 실효성 뿐만 아니라 자칫 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업계와 더 나아가 수요자들이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시공자를 하자담보책임자에 포함 시키는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법제처는 지난 7월 단독으로 입주민이 시공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건물하자나 학교 유치, 도로 설치, 등 계약조건 미이행시 사기분양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길기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개정안에서 일괄도급과 분리도급을 구분하지 않아 관련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시행사와 달리 시공자의 경우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일부에서는 현재도 기획소송으로 인한 시공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공능력평가 상위10위 건설사들의 사업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들 건설사가 각종 사업과 관련해 국내에서 피소된 건수는 640여건,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분양가 적정성 문제와 분양가 할인, 입주하자 보수 등과 같이 분양정산과 관련돼 진행중인 소송은 약 4000억원에 달한다. D건설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곳에서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까다로운 소비자 구미에 맞추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택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작정하고 달려드는 기획소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법무부의 개정안과 업계의 의견 청취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나 법무부가 원안을 고집하고 있어 수정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박대해 의원의 대표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돼 계류중이다. 이 개정안은 견본주택의 존치기간을 입주가능일부터 1년이 되는 날 또는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한 날로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분양이 완료돼도 견본주택을 계속 둬야 해 부지 임차료와 인건비 등 비용을 건설사가 감당해야 한다. A건설업계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만 하는 분양도 아니고 분양을 할 때마다 견본주택을 남겨둬야 한다면 그 비용은 다 어디서 나오겠냐"며 "견본주택 자재 낭비 뿐만 아니라 관리비용 등이 분양가에 인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효석 의원은 '도시숲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발의했다. 이 제정안은 산림청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숲의 설계와 시공, 감리, 이용, 관리사업을 산림조합이나 산림사업법인에게 대행·위탁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공능력이 없는 산림조합이나 산립사업법인이 다시 조경 및 조경식재공사업자에게 하도급을 맡겨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정작 시급히 다뤄야 할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나 리모델링 활성화 관련 법안은 계속해 국회에 계류중이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19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필요해 시간과 절차상의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평이다. 홍석민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 박사는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분양 리스크도 높아져 분양가 상승 압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허나 높은 분양가가 철저히 외면 받고 있어 주택삽업을 줄일 경우 주택 공급난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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