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의 눈]삼성, ‘1+1’ 선발 조합으로 철옹성 됐다

고효준의 투구는 훌륭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제구는 내내 안정적이었다. 이닝 소화도 더그아웃의 기대치를 넘는 3.2이닝을 책임졌다. 4회 2사 1, 2루에서 신명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공은 실투가 아니었다. 바깥쪽 낮게 형성된 치기 어려운 공이었다. 신명철의 배트가 매서웠다. 그는 2009년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 뒤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경기 전 필자에게 “당시 스윙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팽팽하던 0의 균형은 4회 최형우의 발로 인해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낸 뒤 1루에 머물지 않았다.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으로 2루타를 만들어냈다. 안타 하나면 득점이 가능한 찬스에서 다음 타자들은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더그 매티스의 역투도 빼놓을 수 없다. 1, 2, 4회 각각 선두타자의 출루를 허용했지만 효과적인 땅볼 유도로 위기를 벗어났다. 류중일 감독은 5회 그를 내리고 차우찬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는 허리 강화 차원에서 계획된 투입이었다. 이날 삼성 더그아웃에는 ‘차우찬 1, 2차전 모두 대기’라고 적혀있었다. 삼성에는 윤석민, 류현진과 같은 특급 선발요원이 없다. 약점을 극복할 열쇠로 류 감독은 ‘1+1’ 패키지를 꺼내들었다. 선발 2명을 투입시켜 실점의 최소화를 노렸다. 작전은 2차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로 장원삼을 예고했지만 정인욱, 배영수 등이 경기 중반 바통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전에서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날 매티스는 4이닝을 던졌는데 상대 타순이 두 바퀴를 돌기도 전에 차우찬과 교체됐다. 중간에 투입된 투수가 더 좋은 구위를 뽐내자 SK 타자들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우찬은 탄탄한 불펜 덕에 3이닝동안 3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 실점 위기를 맞으면 언제든 투입이 가능해졌다.SK는 이호준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며 좀처럼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히트앤드런, 강공 등 많은 작전이 내려졌지만 한 차례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물론 작전으로 인해 타격감을 찾는데 더 애를 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SK는 삼성에 충분히 호락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 정근우의 수비가 대표적이다. 위기 때마다 호수비로 팀을 구해냈다. 경기 또한 SK가 부진했다기보다 삼성 마운드의 높이가 너무 높았다. 반격은 박정권의 부활 여부에 달려있다. 이날 그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삼성이 생각보다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던 주된 이유다. 삼성 선수들은 SK를 까다로운 팀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와 정면승부 대신 피하는 피칭으로 타격감 회복에 애를 먹일 것이다.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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