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 못 갚겠다' 100만명 넘어선 사회

빚을 갚지 못해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마침내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어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올 3ㆍ4분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이 1만9350명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2002년 10월 관련 제도가 시행된 지 9년 만에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총 100만1645명으로 늘어났다.  개인워크아웃 신청 규모는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취업이 어렵고 장사도 안 돼 급전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2003년 6만여명이었던 것이 그해 카드대란으로 폭증해 이듬해 35만명으로 불어났다. 그 뒤에도 해마다 6만~9만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9만3283명으로 불어났다가 지난해 7만7308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5만82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정도 늘었다. 100만이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경제활동인구(2527만명)의 3.9%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더구나 그중 3분의 2 이상(69.3%)이 30ㆍ40대 장년층이다. 소득 규모별로 보면 월소득 150만원 이하 저소득층(84.9%)이 대다수다.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 심화에 따른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물가 상승에 따른 생계비 증가 등이 채무불이행의 구조적 요인임을 짐작케 한다.  더구나 29살 이하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14만4680명이다. 여기에 3개월 미만 연체자가 대상인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신청자 3563명을 더하면 빚을 탕감해 달라고 신청한 20대 청년이 15만명에 육박한다. 비싼 대학등록금과 청년실업이 여전한 가운데 대학생을 상대로 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의 고금리 대출이 늘어난 결과다.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개인워크아웃 신청자와 신용불량자도 함께 불어나는 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격이다. 100만명을 넘어선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를 다시 경제활동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지름길은 이들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나서야 한다. 개인들도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자제함은 물론 중ㆍ고교 때부터 개인 신용관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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