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레터]스티브 잡스가 한국서 벤처 했다면..

이승종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천재여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렇게 성공하기 어려웠을 겁니다."벤처인들을 취재하며 들은 말입니다. 그가 천재임은 분명하지만 미국과 우리는 벤처 환경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 스티브 잡스조차도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981년 5년차 최고경영자(CEO)인 잡스는 업무용 PC인 '애플3'를 내놨지만 IBM의 경쟁품에 밀려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1985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날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애플에서 퇴출당한 그는 또 다른 벤처회사를 설립, '넥스트PC'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처참한 실패로 돌아갑니다.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조용히 회사를 정리해야 했거나, '부도 뒤 잠적' 등의 뉴스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매번 재도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었고, 결국 신화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 대표들은 당장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연대보증에 얽매입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채무를 지게 됩니다. 한 번 실패는 곧 재기불능으로 이어집니다. 대표적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연대보증제는 벤처기업을 좀비로 만드는 정책"이라며 비판합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벤처기업경영재기지원제도(벤처패자부활제)도 문제입니다. 실패한 벤처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는 제도인데 지난 6년간 이 제도를 통해 구원된 기업이 3개에 불과합니다. 없는 제도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1998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잡스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 밥 딜런과 피카소는 언제나 실패의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벤처 문화 속에서 새내기 벤처인들이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짚어볼 때입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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