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기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셰시트먼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 4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저력도 재조명됐다.
한편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대니얼 셰시트먼(70, Daniel Shechtman)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준결정(quasicrystal)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대부분의 고체 물질은 원자가 일정하게 배열돼있거나 혹은 무질서하게 배열돼있지만, 준결정은 그 중간 형태를 취한다. 5각형의 원자 배열 패턴이 3차원 공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일반적 결정 구조와 달리 규칙적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아랍 지방의 모자이크를 들여다보면 알기 쉽다. 이들 모자이크에서는 수학적 규칙을 따르는 패턴이 연속되지만 그 중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준결정이 바로 이런 모양이다. 원래 5각형 단결정 구조는 면이나 공간을 채울 수 없다. 정5각형 타일로 벽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정5각형을 이어붙인 정20면체로 입체 공간을 꽉 채우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준결정은 이 '말이 안 되는' 형태로 존재한다. 셰시트먼 교수는 1982년 고차원 투과현미경을 이용, 알루미늄과 망간 합금에서 준결정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자연상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 연구 결과는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왔다.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셰시트먼 교수는 당시 몸담고 있던 연구팀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이후 연구가 계속되며 준결정은 자연에 존재할 수 있는 물질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100가지 이상의 준결정상을 합성됐으며, 이탈리아와 미국의 국제연구팀이 러시아에서 채취한 광석 샘플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준결정이 포함돼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라이팬 코팅이나 디젤 엔진 등 강철 강화제 등 다양한 응용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밋 호주 국립대 교수. 1915년 이후 최초로 탄생한 호주 출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노벨상, 수상자의 것만이 아니다노벨상은 단순히 수상자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 '경사'다. 일례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호주 과학자들이 국민에게 자랑스러움을 선사한 날"이라며 "수상자와 연구팀이 혁명적이고 비범한 연구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브라이언 슈밋 교수는 호주가 1915년 이후 최초로 배출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4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저력에도 시선이 쏠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국민의 지적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스라엘은 인구 78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지금까지 총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켰고 이 중 4명이 화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아직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부럽기만 한 모습이다. 여러 차례 지적돼 왔듯이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기초과학 연구다. 노벨상은 다른 연구에 준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 주어진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현장에서 한 기자가 자체 이론이 아닌 관측 결과에 상을 준 이유를 묻자 노벨위원회 측이 "여타 물리학 연구에 틀(frame)이 될 수 있는 성과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15명의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1990년대부터 국민 총생산 2%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이 중 40%를 기초과학 연구에 할당하는 파격적 투자 덕분이었다. 올 초 한국을 방문한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 대학 교수 역시 "노벨상을 위한 정부 투자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기초연구에 집중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 정책이 기초연구보다 응용연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기초과학 연구 투자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2012년 R&D예산 중 기초과학기술과 나노기술, 생명과학 부문에 할당된 예산은 4조 959억원. 또한 기초·원천연구 부문 투자비중이 총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도록 기획해 응용연구에 치우친 민간 부문의 투자를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세워질 기초과학연구원도 노벨상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