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가온
편집. 이지혜
김병욱 “[하이킥 3]에서는 코미디를 좀 더 많이 할 생각”
윤계상 “시트콤은 아직 적응을 못했다”
각자 맡은 배역을 소개해준다면. 안내상: 집안이 몰락해서 처남집에 얹혀사는 가장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양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윤유선: 예쁘게 하고 나오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 (웃음) 끝없이 망가지고 있다. 남편 사업이 망한 이후 노화가 너무 빨리 찾아올 정도로 충격을 많이 받은 주부 역할을 맡았다.윤계상: 윤유선 누나의 친동생이자 유쾌한 의사 역할을 맡았다.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크리스탈: 안내상 선배님 딸 수정이로 나오는데, 아빠와 주먹을 쥐고 장난을 치는 등 겉모습과 달리 터프하고 보이시한 성격이다. 나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털털하고 보이시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좋게 보시고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 백진희: 학자금대출 빚이 벌써 3800만 원이고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여대생이다. 강승윤: 안내상 선배님 아들 이종석 군의 4차원 친구 역할을 맡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한없이 퍼주는 의리 있는 경상도 남자다. 이적: 윤계상 씨랑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돈을 벌기 위해 혼자 항문외과를 개업한 의사다. 겉으로는 말수가 없는데 속으로는 계속 시니컬한 독백을 하는 스타일이다. 분량은 거의 없는 카메오지만, 내레이터와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았다. 박지선: 내가 예고편에 안 나와서 어떤 역할인지 궁금하실 거다. (웃음) 차갑고 쌀쌀맞고 예민하고 까칠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인데, 내 성격과는 정반대 역할이다. 고영욱: 나도 아직 예고편에 안 나왔다. 촤하하. 고시원에서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시생인데, 장조림 하나에 흥분할 정도로 식탐이 강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못난 사람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양아치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시트콤에서는 한 여자만 좋아하는 융통성 없는 남자로 나온다. 나중에 박하선 씨의 연인이 된다고 알고 있다. 이번이 첫 시트콤인 배우들이 유독 많다. 정극과는 굉장히 다른 호흡인데, 촬영해보니 어떤가.윤계상: 예전 작품에서는 배우의 느낌을 지그시 바라봐주는 느낌이었다면, 시트콤은 타이밍 싸움이다. 늘어진다 싶으면 바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적응을 못했다. 윤유선: 시트콤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 착한 엄마, 좋은 며느리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남편한테 반말하고 소리를 지르게 됐다.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근데 안내상 선배님은 진짜 시트콤에 딱 맞는 것 같다.안내상: 하하하하. 솔직히 말하면 자신 있었다. ‘시트콤 뭐 어렵나, 날뛰고 오버하면서 웃기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김병욱 감독님을 안 만났으면 큰일 날 뻔했다. 표면적인 모습들을 코믹하게 표현하는 게 시트콤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작품이든 진정성을 기본으로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진정성 없이 연기하면 김병욱 감독님은 그게 아니라고, 정말 신기하게 콕 집어주셨다. 가장 진실한 뭔가를 표현해야 진짜 웃음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도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연기에 갓 입문한 느낌이다. <H3>“이번에는 코미디를 좀 양보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H3>안내상 “연기에 갓 입문한 느낌이다”
윤유선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전 시리즈에서 코믹한 부분을 담당했던 할아버지와 어린이가 출연하지 않는다. 청, 장년층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건가.김병욱 감독: SBS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가 나왔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신애와 해리가 나왔는데, 사실 어린이 코미디는 만들기는 쉽다. 근데 많이 하다보니까 자기 복제를 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이번에는 뺐다. 3대 가족 구조도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고. 이번에는 코미디를 좀 양보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역할로 나오는 안내상이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안내상: 사실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중심이다. 딱히 누구 한 사람한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서로 도와주면서 촬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한데, 김병욱 감독님이 연기가 아니라 인간성을 중심으로 캐스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팀워크가 깨지는 순간 모든 게 깨지는데, 이 사람들하고는 6개월이 아니라 6년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김병욱 감독은 윤계상과 처음 만나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들었다. 캐릭터를 정해놓고 캐스팅한 게 아니라 무슨 배역이든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는데,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김병욱 감독: 계상 씨는 같은 남자지만 참 사랑스럽다. (웃음) 계상 씨랑 술을 마시면서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떤 캐릭터든 같이 만들어보자고 약속을 했고, 그 캐릭터가 만들어진지 한 달도 안 됐다. 자기 캐릭터가 뭔지도 모른 채 우선 MBC <최고의 사랑>을 찍고 왔다. (웃음)윤계상: 모든 배우들한테 그런 칭찬을 툭툭 던지신다. 한 번은 갑자기 나한테 “너 싱그럽다”고 하셔서 “네???”하고 놀란 적도 있다. 좋은 면을 발견하시면 바로 칭찬을 하신다.김병욱 감독: 그 때 계상 씨가 (김)지원이한테 배구공을 던져주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그걸 모니터로 보는 순간 정말 싱그러웠다. (웃음)윤계상: 하하하하하. 그럼 배우를 캐스팅한 후에 배우에 맞춰 캐릭터를 만든다는 뜻인가.김병욱 감독: 예를 들어 계상 씨가 아니면 그 배역을 기획하기 힘들다. 계상 씨가 하겠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 거다. ‘내 생각에 당신은 이런 사람 같은데 이런 캐릭터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어봐서 배우가 좋다면 하면 그 때부터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배우들의 특성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예고편 영상을 보면 안내상과 크리스탈의 부녀관계가 굉장히 코믹하다. 특히 주먹을 부딪치고 엉덩이를 맞대는 과감한 인사법이 인상적이었는데 함께 연기하기는 어떤가.안내상: 수정(크리스탈의 본명)이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주인공을 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 거지꼴 분장을 하는 신이 있었는데 얼굴에 뭘 묻히고 길바닥에 드러누워도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쟤는 원래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웃음) 농담이고, 지금까지 만난 배우들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H3>“저녁 드시면서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이었으면”</H3>강승윤 “의리 있는 경상도 남자 역을 맡았다”
고영욱 “시트콤에서는 한 여자만 좋아하는 남자”
다혈질 체육교사 서지석과 허당 국어교사 박하선 캐릭터는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서민정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이다.김병욱 감독: 모든 캐릭터의 원형은 SBS <순풍산부인과>에 있다. 그걸 가지고 계속 변주를 해 나간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는 미달이에서부터 출발했고, 이번 안내상 캐릭터도 처남 집에 얹혀산다는 설정만 제외하면 박영규 씨 캐릭터랑 비슷하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데 자존심 세고 쓸데없이 가부장적이고. 그런데 똑같은 대본을 줘도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 보인다.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박지선은 아직 정해진 러브라인이 없는 것 같은데, 같이 연기하고 싶은 파트너가 있나. 박지선: 줄리엔 오빠와도 기대가 되고, 기회가 되면 윤계상 씨와 같이 찍고 싶다. 난 주로 학교에 있고 윤계상 씨는 주로 병원에 있어서 붙는 신이 없는데, 감독님께 내가 치루라도 걸려서 만나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하하. 과감하게 연기를 하겠다, 노출도 불사하겠다고.김병욱 감독: 치루가 걸리면 계상이가 아니라 (이)적이한테 가는 거야. (웃음) 이적은 처음 연기에 도전했는데 어떤가. 이적: 연기요? 하하. 연기랄 것까지도 없고, 분량이 점점 길어져서 어렵다. 아직까지 누가 날 어떻게 찍는지도 모른다. (웃음) 계상 씨랑 같이 붙는 신에서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연기 외적으로 음악감독을 맡았는데, 김병욱 감독과 음악 콘셉트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나.이적: 처음에는 감독님이 전적으로 맡기셨다가 내가 초안을 드렸더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시트콤 사상 초유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오프닝 곡도 새로운 장르로 시도했는데 감독님이 “좋은데...”라고 하시다가 “신나는 노래, 딱 들으면 이적 노래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워낙 시트콤 경험이 많으시니까 정확하게 지시를 해주시는 편이다. 김병욱 감독: 이적 씨 음악은 완곡을 다 들어봐야 좋은데, 시트콤에서는 너무 짧게 나가니까 아쉽다. 우리가 필요한 건 2-30초 정도니까.이적: 시트콤 중간에 많이 깔아주시겠죠. (웃음) 이적이 극 중에서 내레이션을 하는데, 어떤 효과를 염두에 두고 내레이터를 쓴 건가.김병욱 감독: 극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다른 캐릭터들이 순간 순간 그런 대사를 해줬는데, 이번에는 한 사람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중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52년 사람이 바라보는 2011년 이야기면 블랙코미디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지금 우리의 생각이 미래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이적 씨 목소리가 감미롭다. 이적: 계상이는 싱그럽고 저는 감미롭나요? 하하하.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이 클 텐데, <하이킥 3>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시트콤이 됐으면 좋겠나.김병욱 감독: 시청자가 드라마에 원하는 건 판타지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런 판타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사실 시트콤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심어줄 수 없다. 옆집 창문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게 시트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하이킥 3>는 드라마에 큰 획을 그을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저녁 드시면서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이었으면 한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겠다. 사진제공. MBC<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