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은 기자의 BOOK CAFE-'짝퉁' 책 이야기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이런 명품 브랜드만 속칭 '짝퉁'이 있는 건 아닙니다. 책 시장에도 '짝퉁'은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서점에 갔다가 이 '짝퉁'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출간돼 18일까지 97만 부가 출고됐고, 이번 주 안으로 100만 부를 넘겨 밀리언셀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책 제목과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만든 '아프니까 사랑이다'가 그것입니다.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만들었을 이 책을 두고 함부로 '짝퉁'이란 표현을 쓰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이 책은 명품 짝퉁으로 치면 최상급인 'S(Special)급'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꼭 닮아 있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멀리서 봤을 땐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후속편이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책 제목은 물론이고 흘려 쓴 듯한 책 제목 글씨체나 책 표지를 반으로 나눠 색을 달리한 모양새가 똑같은 '아프니까 사랑이다'를 보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기분이 나빴을 법도 한데 그는 소비자학과 교수답게 '짝퉁이 나온 건 그만큼 원래 물건이 잘 팔린다는 얘기'라며 웃어넘겼다는 후문입니다. 이 '짝퉁' 책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한 출판사의 편집자는 "어느 분야나 짝퉁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며 "책 시장에서 짝퉁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혹 마케팅을 위해 '짝퉁'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있긴 하지만 책이란 건 그 출판사의 얼굴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니까 사랑이다'라는 책이 그저 남의 책을 보고 만든 책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짝퉁' 명품이 오히려 오리지널 명품 소비를 늘려 명품 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는 말처럼, '짝퉁' 책들이 되레 축 처진 출판 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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