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강화.공격전술 등 끝없는 조언"아이와 스킨십 이만한 게 없죠"
지난 5월 열린 메탈베이블레이드 챔피언십 예선전에서 부모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는 말이 있다. 요즘 유ㆍ초등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팽이대회'에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자식들의 팽이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빠 코치'가 화제다. 주 무대는 손오공이 국내외에서 개최하는 각종 메탈베이블레이드 대회들이다. 메탈베이블레이드는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팽이 완구. 이들 아빠 코치는 자식들에게 근력 강화법부터 팽이 공격 전술까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자 골퍼들에게 흔히 접할 수 있는 아빠 캐디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이다. 지난 14일 경기도 평창의 한 펜션.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한 데 모여 앉아 뭔가를 한창 논의 중이다. 인원만 70여명. 6개 그룹으로 나뉜 이들 앞에는 하나같이 팽이와 각종 부품들이 놓여 있다. 이들은 오는 21일 일본 교토에서 손오공이 개최하는 '메탈베이블레이드 아시아 챔피언십'을 앞두고 단체 연습에 나선 아이들과 부모들이다. 팽이대회의 승리를 위해 일종의 특훈에 나선 것이다. 손오공 관계자는 "알고 있는 모임 훈련만 5개가 있다"며 "참가 선수인 아이들보다 되레 아빠들이 더 열성적"이라고 전했다. 대회 참가준비를 위해 펜션 특훈에 아들 김민석(9)군과 함께 참여한 김종원(39)씨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팽이를 조합하면 승률이 높은지 등을 논의한다'며 "작은 부품 하나에 따라 팽이의 공격 성향이 달라지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메탈베이블레이드는 페이스, 휠, 트랙, 버텀 등 4가지로 나뉘는데 각 부품별로 종류가 다양하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팽이 성능도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난 아들의 감독이자 매니저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우승하는 걸 보면 내가 우승하는 것보다 더 기쁘다"고 덧붙였다.서울에 사는 박형석(37)씨는 아들의 팽이 세트를 완비해주기 위해 100만원 가량을 '투자'했다. 그는 "아들이 고개 숙이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빠 마음 아니냐. 나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팽이를 매개로 아이와 대화를 하고 스킨십을 느끼는 데 이만한 호사가 없다는 것이다.
올 초 열린 '메탈베이블레이드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아빠 코치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아빠 코치들은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데 만족을 표했다. 평소 집에서는 물론 각종 대회장을 오가며 자연스레 자식과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만큼 친분이 돈독해졌다는 것이다. 박씨는 "대회가 부산에서 열리면 몇 시간이라도 운전해서 내려간다. 차 안에서는 지금까지 벌였던 경기들에서 어떤 조합을 사용했고, 오늘 경기에선 어떻게 해보자는 식의 얘기를 한다"고 밝혔다. 아빠 코치들 간의 네트워크도 활발하다. 주로 블로그 등을 통해 평소 소식을 교류하고 단체연습이나 각종 대회현장에서 얼굴을 익히는 식이다. 손오공이 올 초 주최한 코리아 챔피언십에는 4만50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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