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 경제현장을 가다(上)

[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6일 오전, 출근시간을 맞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도로마다 수백대의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엉켰다. 푹푹 찌는 더위속에서도 마스크에 선글라스로 무장한 오토바이 행렬은 자동차 사이사이를 뚫고 다녔다. 일부 오토바이는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 속을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했다. 시내 전체가 자동차 클락션 소리와 희뿌연 매연으로 가득했다. 하노이의 출근길은 고속성장을 해오다 최근 고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베트남은 2004년 전까지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의 신흥시장으로 주목받았다. 2007년 8.5%의 최대 성장률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성장률은 6.2%로 떨어진 뒤 2009년 5.3%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6.3%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경제 위기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응웬 푸엉 응아(Nguyen Phuong Nga)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금은 베트남의 경제가 회복 단계지만, 아직은 안정적인 추세는 아니다"면서도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하는 단계인 만큼 인프라 구축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베트남은 주요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다른 아세안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455건, 43억9900만달러로 지난달 23일 기준의 누적투자액은 1996억2400만달러에 이르는 등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특히 한국 기업은 올해 124건(3억7600만달러)을 투자해 누적 투자금액이 229억59백만 달러로, 대만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번째로 투자가 많은 국가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하노이센터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기업에게 중국 이외에 기반을 닦을 만한 투자지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베트남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치솟는 물가가 베트남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베트남의 무역수지는 2008년 175억달러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09년 122억달러, 지난해 123억달러, 올해 6월까지 6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숙제다. 2008년 22.9%의 살인적인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기록한 뒤 주춤하다 지난달 다시 20.82%까지 올랐다. 코트라 관계자는 "무역적자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지만 둘 다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베트남의 증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리먼 사태 이후 베트남 증시는 폭락했고, 국내 베트남 펀드는 반토막이 됐다.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의 부실 사태 등 불안 요소가 잇따르면서 베트남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거래가 멈췄고, 지난 백여년간 전쟁을 거친 베트남인들은 증시보다는 부동산과 금, 달러 등 보다 안정적인 자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깐터와 동탑 등의 작은 도시에서도 금방을 지칭하는 'KIM'이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는 "베트남 증시가 회복할려면 적어도 2~3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베트남 경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메콩강 하류 지역에 넓게 펼쳐진 곡창지대와 풍부한 지하자원, 무엇보다 국민의 60% 가량이 30대 미만인 '젊은 나라'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의 교육열과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 등을 비춰볼 때 얼마든지 한국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이 전쟁 직후 외국의 원조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닦은 뒤 급속한 성장을 이룬 점이나, 정부 주도로 일사분란하게 경제발전을 진행하는 모습은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과 매우 닮았다. 베트남이 '메콩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하노이(베트남)=지연진 기자 gyj@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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