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배당으로 약 5000억원, 하나은행서 1조5000억원 대출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한번에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에서 1조5000억원을 대출받고 분기배당으로 약 5000억원을 챙긴 것이다.이처럼 론스타가 현금을 마련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사법·금융당국이 발목을 잡으면서 번번이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 보류로 유효기간이 지나가 현재 연장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 투자자들은 당초 약속했던 회수기간이 지연되면서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외환銀, 사상초유 고배당= 외환은행은 지난 1일 9738억원(주당 1510원)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고액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론스타는 4969억원을 가져간다. 통상 실적 결산이 끝난 뒤에 배당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가 끝나자마자 배당을 결의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그만큼 급했다는 얘기다.올 3월말 기준 외환은행의 이익잉여금은 4조2349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은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6월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분기 예상 순익 1조1200억원을 더하면 약 5조3549억원이다. 여기서 이번 분기배당액을 빼도 이익잉여금은 여전히 4조3811억원 가량이 남는다. 차후에 또다시 분기배당으로 빼갈 수 있다는 의미다.이날 금융당국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고액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클레인 행장은 론스타가 앉힌 전문 경영인일 뿐 대주주인 론스타가 고액 배당을 하겠다는데 이를 막을 힘이 없다. 론스타 입장에서도 외환은행을 사들인 자금이 본인들의 돈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돈이기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이든 고액 배당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론스타, 하나銀서 거액 대출= 하나은행에서 1조5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론스타는 지난 1일 외환은행 주식 51.02%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총 1조5000억원의 5년 만기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연 6.7%다.이날 외환은행 마감 주가가 9530원인 점을 감안하면 담보인정비율은 47.8%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주가가 반토막이 나지 않는 이상 채권회수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이번 대출은 론스타가 하나금융 측에 요청해 이뤄졌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채권 1조5000억원을 마냥 놀리느니 대출이라고 해주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이 채권의 조달금리는 연평균 4.64%다. 론스타에 해준 대출금리가 이보다 2.06%포인트나 높아 연간 309억원 가량의 이자 차익을 보는 셈이다.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궁여지책으로 이번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다. 최종 판결까지는 길게는 2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출계약으로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에 논의돼왔던 외환은행 지분 일부 우선 매입 방안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출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전량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이 중 일부 지분이 하나금융으로 넘어올 경우 담보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론스타는 대출 기간 중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하나은행에 대출금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손을 털고 나가려고 했지만 매번 발목을 잡혔다"며 "론스타의 입장이 국내 여론처럼 마냥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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