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8조원 대의 빚으로 신음하고 있는 인천시의 재정난이 심각하긴 심각한 가 보다. 시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담당 실무책임자가 재정난으로 골머리를 앓다 못해 신병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해 버렸다. 27일 시에 따르면 시 예산담당관을 맡고 있는 조 모(52) 서기관이 지난 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조 서기관의 명퇴 신청은 시 안팎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 서기관은 서기관 (4급) 승진 4년 차로 지난해 예산담당관에 임명되면서 공무원들의 '꿈'인 부이사관(3급) 자리를 향한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예산담당관은 한마디로 시의 '곳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곳으로 핵심 요직 중의 하나다. 시 예산 편성과 집행, 지방채 발행, 중장기 재정 대책 등 예산을 조율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시의 웬만한 행정, 현안,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 이에 따라 예산담당관 자리는 부이사관 승진을 위해 거쳐 가야 하는 자리로 손꼽히는 요직이다. 게다가 조 서기관은 1959년생으로 비교적 나이가 젊어 아직 명예퇴직을 신청할 나이는 아니었다. 최근 인천시에서 명예퇴직한 공무원들은 1952~1953년생 들이다. 또 조 서기관은 지난해 송영길 시장 취임 후 예산담당관에 임명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헝클어진 시 살림살이를 비교적 잘 수습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마디로 앞날이 창창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잘 나가던' 조 서기관이 돌연 사표를 던지자 시 안팎에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 서기관은 명퇴를 신청하면서 지병인 두통 증세가 악화됐다는 점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두통 증세가 최근 악화돼 병원에서 진료도 받았지만 뚜렷한 병명도 나오지 않고 더 심해져 치료를 위해 명퇴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 안팎에선 결국 시의 재정난이 조 서기관의 건강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시 예산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가 덜 걷혀 지난해보다 5000여 억 원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시는 경상비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하지 않은 사업이나 신규 사업은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인천지하철2호선 공사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있지만 국고 보조를 따내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시 산하 지자체들까지 재정난을 이유로 돈을 더 달라고 매달리고 있고, 시교육청에 진작에 주었어야 할 3000억 원 대의 지원금도 여태 주지 못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조 서기관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지병인 두통 증세를 악화시켰고, 결국 명퇴를 신청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서기관과 함께 근무한 부하 직원 A씨는 "몇 년 전 부터 원인 불명의 두통이 있었고, 최근 심해져 병원에 다녔지만 치료가 안 돼 고통을 호소하셨다"며 "직원들이 휴직을 권했지만 주변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사표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 시장도 최근 시정 일기에 조 서기관의 명퇴 사실을 적으며 안타까워했다. 송 시장은 "예산담당관이 머리가 아파서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후임인사를 고심하고 있다"며 "우리시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중의 하나로, 심각한 재정적자,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와 열정이 필요한 자리"라고 토로했다.이어 "건강한 사람도 엄청난 부담으로 힘든 자리인데 예산담당관은 그전부터 머리가 아픈 현상이 발생해왔다고 한다"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인데 여러모로 아쉽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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