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3월11일 도호쿠 대지진 여파에 의한 수출 타격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일본 5월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수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서 올 하반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하방리스크가 일본 수출 회복을 방해할 것으로 전망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무역적자 역대 두 번째 규모= 20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5월 무역적자 규모는 8537억엔(한화 약 11조6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9년 1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 9679억4000만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치 7440억엔을 웃도는 것이다. 이는 또 1979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5월 수치로는 최악으로, 5월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0년 오일쇼크로 수입물가가 급등한 이후 처음이다.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어든 4조7608억엔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8.1% 감소보다 악화된 것이다. 대지진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자동차 수출이 38.9% 줄어들며 수출 감소를 이끌었고, 전자부품과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각각 18.5%씩 감소했다.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12.3% 증가한 5조6145억엔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수입액은 유가가 30.7% 상승, 비철금속이 30.4% 상승하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17개월 연속 증가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동을 멈췄던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해 원유 수입을 늘린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업계 빠른 회복..경제 반등 기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생산을 정상화하면서 일본 경제 회복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국내외 공장에서의 생산이 7월부터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 정상화 예상 시기를 기존 전망보다 대폭 앞당겼다. 자동차 부품업체와 금속업체들이 대지진 여파에서 속속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생산도 최근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6% 증가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경제가 7~9월(3분기)부터 다시 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다 타쿠지 U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지진 여파에 따른 공급망 붕괴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어 6월부터 수출이 회복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면서 “무역적자도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대지진 영향으로 일본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것임은 이미 예상했었다”면서 “그러나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무역적자가) 너무 오래 지속되기 전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기는 했지만 4월 12.4%보다 감소폭이 줄어들었다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카자키 코헤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5월 수치는 수출이 회복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6월 내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7월과 8월에는 수출이 가파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수요 위축..수출 회복 방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로존 재정위기 등이 세계경제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일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린추킨리서치연구소의 미나미 타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면서 “신흥국들이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고, 선진국들은 매우 느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이 일본 수출 회복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일본의 5월 대중 수출액은 전년 대비 8.1% 감소한 9382억엔을 기록한 반면 수입액은 6.6% 증가한 1조1529억엔을 기록해 2147억엔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14.6% 감소한 6453억엔, 수입액은 4.2% 증가한 5414억엔으로 1039억엔의 무역흑자를 올렸지만, 지난해 동월에 비해 흑자 규모가 56% 줄었다.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는 5월 수출액이 8.8% 감소한 5616억엔, 수입액은 8.9% 증가한 5326억엔으로 지난해보다 77.1% 감소한 290억엔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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