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키 다카시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라'

[규슈(九州)=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문명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피란민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이 선택한 생존방식은 '그라운딩(자연회귀)'. 일본에서 조금씩 퍼져가고 있는 그라운딩 흐름의 뒤쪽에서 '구루(정신적 스승)'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바로 마사키 다카시(66ㆍ사진)씨다. 생태평화운동가로 활동하며 자연의 가치를 역설한 책 '나비문명'을 펴내, 국내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마사키 다카시씨는 상당수의 그라운딩족에게 영감이나 직접적인 조언을 줬다. 13일 만나본 그는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최근의 그라운딩 흐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마사키 다카시씨는 일본 구마모토 키쿠치시에서 포장도 안 된 산길을 따라 1시간 가량 들어간 산골짜기에 살고 있다. 1980년 자리를 잡아서 30년 동안 개간을 거듭하며 농토를 일궈왔다. 3ㆍ11사태 이후 미약하게나마 자연회귀(그라운딩) 흐름이 읽힌다며 입을 연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원전사태라는 끔찍한 재앙을 만나면서 문명을 등진 채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된 것이 그라운딩 흐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그라운딩 피플 중에 어린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잘못하면 나와 내 자식이 모두 죽겠구나'하는 근본적인 위기감에서 왔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지진이나 쓰나미는 지리적 특성상 일본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원전은 문명사회, 즉 전세계의 문제"라며 "한 곳에서만 터져도 온 세계에 영향을 주고 문제가 아주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 근원에는 결국 '돈'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수십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돈'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자신은 그라운딩을 통해서 그동안 돈 없이 살아가는 성공적인 삶을 증명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열린 원전 반대 시위에 도쿄에서만 1만 여명이 참석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한 마사키 다카시씨는 "이번 원전사태가 일본인들의 저항의식과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슈(九州)=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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