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수혈 포르투갈, 총선 초읽기.. 민심은 '외면'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한 달이 넘는 정치적 공백기에 빠졌던 포르투갈에서 차기 정부를 결정하는 총선이 6월5일로 눈앞에 다가왔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도 차갑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수혈받으면서 유례없는 강도의 긴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포르투갈 국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지난 3월23일 포르투갈 의회는 집권 사회당(PS)이 내놓은 긴축예산안을 부결했다. 이에 따라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고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가 결정됐다. 총선 때까지 과도정부를 유지하기로 한 소크라테스 총리는 EU·IMF와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고 5월 지원계획에 공식 합의했다.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따라 포르투갈은 지난해 GDP의 9.1%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올해 GDP의 5.9%, 내년 4.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포르투갈 재무부는 올해 GDP 증가율이 2%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올해 1분기 12.4%로 4분기 11%에서 더 늘었다. 정부 긴축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는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회당 정부는 긴축안 부결 전부터 공무원 임금 삭감과 세금 인상 등을 단행해 왔다. 구제금융 지원에 따라 앞으로 연금·실업급여 삭감, 부동산세·소비세 인상, 노동·복지부문 구조조정 등이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국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1야당인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이 근소한 차로 현 집권 중도좌파 사회당을 누르고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과 사회민주당은 34~35% 이상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의회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에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사회민주당과 같은 중도우파 정당으로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2야당 대중당(PP)이 연합해 중도우파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 가장 유력하다.사회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지금보다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금융에는 주요 3당인 사회당, 사회민주당, 대중당이 모두 합의했지만 사회민주당은 보건의료, 사회안전망, 공기업 민영화에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로이터통신은 다수 포르투갈 국민들의 심정은 ‘어느 쪽이 집권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정당보다 긴축이 더 큰 선거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총선은 어느 때보다도 기권율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각 당도 선거전략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선거 당시는 유권자의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일부에서는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이 나서 사회당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을 주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포르투갈이 IMF의 지원을 받았던 1980년대 초 좌·우파 정당간 대연정이 잠시 이루어진 적이 있었지만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지지받지는 못했다.총선이 포르투갈 경제에 미칠 영향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스페인 마드리드 UBS은행의 보스코 오헤다 애널리스트는 “총선이 포르투갈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채무재조정 위기에 놓인 그리스의 상황이 진전을 이루는 것이 조건”이라면서 “그리스 위기가 악화된다면 위기는 즉시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리스본 IG마켓의 두아르테 칼다스 애널리스트는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포르투갈의 기업들은 예외없이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리스의 경우 1년전 구제금융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하락을 거듭한 예를 볼 때 포르투갈 역시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말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그리스 아테네주식시장 ASE종합지수는 8% 하락했으며, 포르투갈 PSI20지수는 같은기간 1% 하락했다. 포르투갈 최대 기업집단인 ‘그루포 주제 데 멜루’의 안토니오 레이테 이사는 “포르투갈은 재정적자 감축과 구조조정 이행에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 면서 “구제금융 지원에 약속한 것처럼만 한다면 우리는 제2의 그리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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