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춘천서 핵탄두 사고-폐기' 폭로

전직 주한미군 '방사능 노출된 듯…백혈병 걸려' 증언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과 관련한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춘천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에서 1970년대 핵탄두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72년부터 2년간 춘천 캠프 페이지에서 근무했던 댈러스 스넬(59·미국 몬태나주)씨는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핵미사일 탄두에서 나온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으며 사고난 핵탄두는 춘천시 남쪽 15마일(약 24㎞)쯤 떨어진 곳에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스넬 씨는 "1972년 여름 점심을 먹고 쉬던 중 갑자기 전 부대에 사이렌이 울려 부대원들이 3중으로 경비하는 핵미사일 보관소에 모였다"며 "부대원 20~30여명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지대지미사일을 등지고 방어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마스크를 낀 채 현장에 있었다는 스넬 씨는 "우리 부대에 핵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모든 병사가 알고 있었다"며 "고장 난 탄두를 상자에 담고 나니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고, 부대원 중 몇십명이 이 상자를 들고 헬기장으로 뛰었다"고 증언했다. 스넬 씨는 또 자신이 캠프 페이지에 근무할 당시 고엽제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초제와 방충제를 부대 안 곳곳에 뿌리곤 했는데, 가끔은 알 수 없는 드럼통을 부대 안 공터에 파묻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취급주의 표시가 뚜렷한 알 수 없는 물질을 쏟아 부었다"고 증언했다. 1980년 전역한 스넬씨는 2005년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는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도 백혈병에 걸린 것은 한국에서의 복무 경험과 백혈병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캠프 페이지가 핵무기 기지였음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05년으로 당시 최성 국회의원이 미국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인용해 이곳이 핵무기 기지였음을 국회에서 처음 밝혔다. 2005년 캠프 페이지 방사능 조사를 실시했던 환경부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수치도 정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춘천에서 비교적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과거 캠프페이지에 장기간 핵 배낭이 배치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하상준 춘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05년 방사능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특별한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만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만나 재조사 여부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며 "현재 환경정화사업이 추진 중인 캠프 페이지에 자체 검사가 가능한지도 자문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이슈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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