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순장조(임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간다는 의미)중 한명인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영전하면서 경제수장으로서의 리더십컬러를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스펙(이력)과 커리어(경력),성격 등에서 전현직 재정부 장관과 다른 경제부처 수장들과 색깔이 다르다. 정관계, 시민단체, 학계 등을 두루 거치고 학자풍의 외모를 갖춰 소탈남, 바른생활맨, 일벌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재정부 조직장악은 물론 경제수장으로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온 강만수, 윤증현 장관과는 대조되는 면모다. 박 후보자는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회사원 생활을 하다 1979년에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80년 총무처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옛 재무부에서 사무관을 2년간 지낸 게 재경라인 공무원 생활의 전부다. 정통재무관료 출신인 강만수, 윤증현 장관보다 재무부 경력이 일천하고 연배도 10년 이상 어리다. 하지만 윤 장관과는 어릴때부터 인연이 깊다. 박 후보자는 마산에서 나와 마산성호초등학교를 졸업했고 70년 마산중을 졸업했고 졸업연도로보면 윤장관의 8년 후배다. 박 후보자가 재무부 사무관(1992∼1994)을 할때 윤 장관은 증권국장,금융국장을 지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해외에 나가있던 윤 장관은 개각 발표후 직접 "축하한다"는 문자를 박 후보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의 이런 독특한 이력은 조직순혈주의에 엘리트의식이 강한 재정부 조직을 조기에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구나 박 후보자(행시 23회·56세)가 호흡을 맞추어야 할 경제부처 장관들은 모두 '한 성격' 하기로 유명한 인사들이다. 정유사에 대한 압박성 발언 등으로 잦은 설화(?)를 겪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행시 22회ㆍ55세), 재정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관치의 화신 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ㆍ58세), 물가관리와 대-중기상생의 군기반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22회ㆍ56세), EPB(경제기획원)출신의 김대기 청와대경제수석(22회ㆍ55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박 후보자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현재의 강성 경제팀내에서 오히려 힘을 발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MB 정부 후반기지만 장관 취임후 맞닥뜨릴 현안은 산적해 있다. 저축은행사태를 비롯한 금융감독기관 개혁, 물가안정과 4대강 사업 마무리, 서민, 일자리, 복지 문제, 균형재정의 기틀확립 등 당정청간, 부처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이다. 재보선이 끝난뒤 본격화되는 공공,식품물가 줄인상과 한나라당 내부의 정책기조 변화 등에도 대응해야 한다. 새로 임명된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21회ㆍ58세)와 여성과학자 출신의 유영숙 환경부 장관후보자(비고시·56세)와는 4대강 사업 마무리를 논의해야 한다.박 후보자는 청와대 국정수석부터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면서 친시장,친기업, 감세정책을 옹호해왔고 일자리창출이 최선의 복지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황우여 한나라당 신임 원대대표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법인세와 소득세 등 추가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해 벌써부터 마찰이 예고된다. 박 후보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사심없이 올인하겠다"면서 "(탁상과 현장),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격을 줄이고 부처 칸막이를 낮추겠다"고 했다. 이어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착실히 다지겠다"면서 "'뜨거운 가슴'과 '찬 머리'를 조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리더십철학은 특급유격수론이다. 야구마니아인 그는 "2급 유격수는 평소 위치에서 수비하다 안타를 허용하고 1급유격수는 안타를 잡아내지만 특급유격수는 안타성 타구 방향을 예측해 손쉽게 수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사전예방과 선제적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2년 3개월간 재정부를 맡으면서 경제 구원투수로 활약해온 윤증현 장관은 새 경제팀에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윤증현 장관은 5% 성장률과 3%물가 목표와 관련, "후임자가 이어받아서 필요하면 수정하고, 전망치를 지킬 수 있다면 적정한 선에서 꿈과 희망을 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윤 장관은 이어 "물가 상황은 상당히 어렵다. 물가를 완전히 (안정)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