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두 얼굴..국내선 '찬밥' 해외선 '펄펄'

현대ㆍ기아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1분기 호실적은 수출 확대 결과...수출 비중 높일 듯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국내에선 찬밥이지만 해외에선 펄펄 날았다.'현대ㆍ기아차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들이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수출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른 회복세로 접어든 데다 3ㆍ11 일본 강진에 따른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린 결과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 등 재계를 옥죄는 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기업들도 내수보다는 수출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부문의 호실적이 특히 눈길을 끈다. ㆍ기아차는 지난 1분기 각각 91만9130대와 61만9089대를 수출해 전체 판매량의 81.8%와 79.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11.6%, 33.4% 증가한 수치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3ㆍ11 강진 이후 일본차들의 생산이 주춤하면서 반사 이익을 거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본차들의 정상조업이 이뤄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데다 현대ㆍ기아차의 프리미엄 전략이 먹혀들고 있어 글로벌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석유화학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사상 처음으로 1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액 1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7%를 넘어섰다. 에쓰오일은 1분기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5%나 늘어난 3조634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 6467억원 가운데 4229억원에 달하는 정유부문은 수출 비중이 60%대에 이를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맹활약했다. 영업이익 8353억원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도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60%대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원유가가 상승하며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크게 올라 마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철강업계도 1분기 수출량이 대폭 늘었다. 포스코는 819만5000t을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으며, 현대제철도 387만2000t으로 49% 상승했다. 포스코는 2009년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해외 철강 가공센터 확충이 주효했고,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와 현대하이스코 공급량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렸다.석유와 철강 등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업종은 공교롭게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기름값이 이상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안팎의 비난에 시달리다 4월 초 리터당 100원을 인하했다. 철강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최근 t당 16만원을 인상했으나 2분기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것이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반 기업 정서 때문에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며 "호실적도 내수가 아닌 해외 수출에서 견인한 점을 고려하면 재계의 향후 행보가 국내보다는 해외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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