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끝나면 골프장 평가로 직결 '잘하면 명코스 진입, 못하면 오히려 악영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잘하면 약(藥), 못하면 독(毒)".프로골프투어를 개최하는 골프장 이야기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연간 40여 개에 육박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골프마니아들로서는 적어도 40개의 골프장들을 직접, 또는 TV화면을 통해서라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호기다. 골프장들이 대회 개막 몇 달 전부터 잔디 관리와 갤러리를 맞을 준비로 비상이 걸리는 이유다. 대회가 끝나면 골프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스폰서와 '한 집안?'=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골프장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임대료를 받는다 해도 주말 매출을 포기해야 하고, 대다수가 회원제로 운영되는 특성상 무엇보다 회원들의 주말라운드가 우선이다. 대회를 열고 싶어도 회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대회 대부분은 그래서 스폰서의 계열 골프장에서 치러진다.5일 개막하는 GS칼텍스매경오픈은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이 설립한 남서울이 격전의 무대다. 허 회장은 LG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고 허만정씨의 장남이다. LG그룹에서 분리된 GS칼텍스는 허 회장의 둘째 아들 허동수 회장이 책임지고 있다. 한 집안이다. 이어지는 SK텔레콤오픈은 수도권을 떠나 지난해 SK네트웍스에서 인수한 제주도 핀크스로 코스를 옮겼다.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은 코오롱이 스폰서가 되면서 역시 계열사인 천안 우정힐스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여자투어도 양상은 비슷하다. 한국여자오픈은 스폰서인 태영에서 운영하는 블루원보문(옛 디아너스),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과 하이트컵챔피언십도 각각 계열사인 라데나와 블루헤런에서 진행된다. ▲ 골프장이 '스폰서'= 골프장이 아예 스폰서 형태로 대회에 적극 개입하는 형태도 있다. 1주일 코스임대료(통상 4~ 5억원 선)를 포기하고 공동스폰서로 참여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신설골프장들이 회원모집을 앞두고 단시일 내에 골프장을 알리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가 한 두 차례 열리고 끊기는 까닭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대회마케팅에 가세하는 골프장들도 많다. 올 시즌의 경우 군산과 레이크힐스경남, 지산, 하이원, 솔모로 등에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까지 여자대회를 열었던 하이원은 특히 타이틀스폰서 자격으로 총상금이 무려 1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대회를 개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계열 골프장이 없다면 당연히 임대료를 내야 한다. 스폰서들이 선호하는 곳은 영종도의 스카이72다. 퍼블릭인데다가 72홀 규모로 선택의 폭이 넓고, 인천국제공항이 지척에 있어 해외 선수들의 동선이 짧다는 게 강점이다. SK텔레콤오픈과 KB국민은행스타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LPGA하나은행챔피언십 등 수많은 빅매치가 열렸고, 앞으로도 예정돼 있다. ▲ 약(藥)이 될까, 독(毒)이 될까= 골프장 입장에서는 사실 대회를 개최하면서 얻는 직접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 코스임대료에 비해 영업적인 손실이 크고, 잔디 관리 및 보수 등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름 갤러리'와 TV중계를 통한 이미지 제고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득이 있다. 스카이72의 오션코스는 이미 '토너먼트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제주 나인브릿지와 핀크스 등이 LPGA투어와 여자골프 한일국가대항전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반복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골프장은 철저한 코스관리와 서비스, 대회마케팅 등을 종합해 세계 100대 골프장 진입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만 치러내면 명코스로 진입하는 지름길이 된다.이에 반해 조급함으로 오히려 악영향을 받은 곳도 있다. 바로 지난주에 유러피언(EPGA)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열렸던 이천 블랙스톤이다. 회원권 분양가격이 무려 10억원에 육박하는 '블루칩'으로 주목받았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도심에서 먼 열악한 입지조건과 조악한 코스, 느린 그린 등으로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 등 '월드스타'들까지 불만을 토로했다. 부실한 대회 준비로 골프대회 마케팅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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