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금천 시흥, 예정구역 해제되고 뉴타운 촉진지구로 바뀐 까닭은

시흥1구역 일부 서울 정비예정구역 해제 대상지 포함..동네마다 현안 다른데 광역개발로 ‘몸살’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4월26일 서울 금천구청 홈페이지에는 전날 서울시 발표에 대한 해명글이 올라왔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해제 대상지 32곳 가운데 시흥동 220-2 구현대아파트는 올 2월 '시흥1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중이라는 내용이다. 개별적으로 추진됐던 예정구역은 촉진지구에 포함되면서 폐기됐고 현재는 공공관리제에 따라 예비추진위원회를 구성중이라고 공지했다.

최근 서울시에저 정비예정구역 해제대상지로 발표한 금천구 시흥동 220-2 구 현대아파트 전경. 그러나 올 2월 시흥1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되면서 예정구역 지정은 폐기됐다.

사문화된 재건축 예정구역에 대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시흥1구역 일대는 수 년간 온갖 개발계획이 맞물려 몸살을 앓아왔던 곳이다. 관악산 아래 위치해서 개발에 일정한 제한을 받는데다 2003년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바뀐 5개년 개발계획 수립에 누락되면서 2008년까지 꼼짝없이 개발이 묶였다. 그 사이 2005년 12월에는 뉴타운지구로 지정됐고 이후 광역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 광역개발은 곳곳이 장애물이다. 올 2월에 겨우 노후도를 맞춰 시흥1재정비촉진지구로 결정고시를 받았지만 200번지는 재개발, 800번지는 재건축 식으로 동네마다 필요한 개발방식이 달랐다. 시흥1구역을 직접 찾아보니 주민들은 오랫동안 터져 나온 개발 이야기에 이젠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개발 이후 재정착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는 만연했다.◇ '내 집 뺏길까봐'..개발이 달갑지 않은 주민들= 서울 금천구 시흥동 220-2. 최근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해제대상지에 포함된 16년차 140가구 규모의 구현대아파트의 지번이다. 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의 시흥동 220 일대는 한눈에도 낡은 저층주택이 밀집돼 있다. 차량 두 대가 지나갈 좁은 도로의 한쪽은 주차장이 됐다. 오가는 차량은 나머지 한 차로만을 이용해야 한다. 곳곳이 갈라지고 부서진 담장은 페인트로 덧칠하기에도 이미 제 역할을 다한 듯 보였다.

올해 2월 시흥1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 결정고시를 받은 시흥동 200 일대에서는 뉴타운 광역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재정비는 필요하지만 살고 있는 터전을 빼앗기는 뉴타운개발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200번지 골목 인근에서 수 십년째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는 황은순(54·여)씨는 “벽체가 낡고 20㎝ 정도라 방음도 나빠서 불편한데 개발하면 깨끗해져서 좋기는 할 것같다”면서도 “아직 추진위 결성도 채 안돼서 지켜보고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분담금이 1억원씩 되면 당연히 쫓겨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는 수 년간 개발계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타운 광역개발로 노후도가 차이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하나로 묶이면서 오히려 개발이 지연돼 왔다. 사진은 시흥동 200번지 일대 낡은 저층 단독주택 주거지의 모습. 신축건물 전셋집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고 길목 끝에 구현대아파트도 보인다.

마음이 심란해 빗자루질을 하러 나왔다는 70대의 또 다른 주민도 재정착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 보였다. 이 주민은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 밤에 잠도 안 온다”며 “다 부수고 아파트 지으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다시 못 들어오는 것 뻔한데 누구 좋으라고 하냐“고 되물었다. 또한 ”늙은이 게딱지같은 집 한 채 있는 것 깨끗이 수선하고 세줘서 자식들 신세 안 지고 약값이나 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시흥1구역은 뉴타운 지정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곳이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거래는 잠잠한 상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분값 시세는 3.3㎡당 900만~1000만원대지만 통 매매거래는 없다”며 “예전에 투자 목적으로 사둔 사람이 매매 대신에 전세를 놓는 경우만 가끔 있다”고 전했다.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정작 주민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다 개발된다고 해도 수년이 걸리는 만큼 발등의 불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세입자들은 서울에서 이만한 가격으로 세들기 어려워 개발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 구역마다 현안 다른데 뉴타운 광역개발은 ‘난관’= 재개발·재건축 성격의 사업이 혼재된 지역의 개발이라 사업추진도 쉽지만은 않다. 시흥동 가운데서도 노후도가 심한 200 일대는 주택에 쥐가 출몰할 만큼 열악하고 벽면은 거무스르하게 변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800 일대는 개발이 지연되면서 5~6년 전에 도로가 새로 닦였다. 신축 건물을 지은 토지주들은 이미 지은 새 건물을 헐고 지분값만 받을 가능성이 큰 개발에 찬성하기 어렵다. 나홀로 아파트 재건축의 우려를 낳았던 구 현대아파트는 촉진지구로 지정되었는데도 일부 휴먼타운 조성에 대한 논의가 터져 나온다고 전해졌다.유홍종 시흥1구역 주민통합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각 동네마다 현안이 달라 애초 뉴타운으로 지정되기 힘든 곳이었다”며 “광역개발을 위해 넓은 면적을 지정하면서 사안별로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일부는 학교나 존치구역으로 빠지다 보니 노후도도 맞지 않고 사업도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게다가 장기간 지연된 사업장으로 추진위 구성까지 원활한 공공관리제 적용도 쉽지만은 않은 여건이다. 시흥1구역 공공관리지원 정비업체 조병희 남제씨앤디 과장은 "공공관리의 우선 적용대상이 보통 5~10년동안 사업이 지연돼 난항을 겪는 곳이다"며 "이전 정비업체들과의 문제도 있고 구에서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부분도 초기단계라 맞춰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1구역은 지난해 시와 구에서 6대4의 비율로 4억9400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돼 추진위 구성까지 공공관리가 적용된다.세입자 이주대책비 마련도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거는 논란거리이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에 따라 달라진 도정법에 따르면 세입자 이주대책비는 조합의 정관에 따라 조합에서 공동으로 부담하거나 세입자를 둔 조합원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주거 및 영업 세입자에 대한 보상비도 4개월분으로 이전보다 상향됐다.유 위원장은 이와 관련 “목돈이 드는 전세보증금에 세입자 이주대책비와 은행대출까지 감안하면 현재 세수입을 얻고 살고 있는 토지주들은 개발을 찬성하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일부 지원해 주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정선은 기자 dmsdlun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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