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류업체 커진 원가부담에 필요한건 '용기'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면화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글로벌 의류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의류업체들은 소비자 가격을 올리든지, 소비자들이 '비싸졌다'라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손실을 감수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서있다고 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면화 가격은 전날 파운드당 2.080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1달러 밑에서 거래되던 면화 가격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글로벌 의류업체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면화 가격에 의류 제작 단계에서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마진 축소에 대응하고 있다. 영국 의류브랜드 막스앤스펜서(M&S)의 마크 볼란드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관리와 효율성 제고로 일반 의류 브랜드들 보다 면화가격 상승 타격을 덜 받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볼란드 CEO의 말을 곱씹어 보면 면화 가격 상승은 의류업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할인 의류업체 프리마크(Primark)는 마진 축소를 감수하면서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에서 가지는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마크가 조만간 가격 인상을 감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영국 중저가 의류업체 넥스트(Next)는 이번 시즌에 출시되는 의류부터 가격을 8% 가량 인상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지금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면 소비자 가격을 18% 인상해야 맞지만 그나마 원료를 싼 값에 일찌감치 공급받아 가격 인상폭을 8%로 줄일 수 있었다.미국 의류브랜드 갭(Gap)은 고정된 가격에 원료 공급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음으로써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맞서고 있는 한편 면화 보다 저렴한 소재를 활용한 의류 제작을 통해 원가 부담을 덜고 있다.세계적인 소비재 물류·유통업체 리앤펑(Li & Fung)은 면화 가격 외에도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임금인상이 원가 부담을 높여 의류업계의 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스페인 의류 업체 인디텍스(Inditex)는 그나마 의류 대부분을 스페인과 가까운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등에서 제작해 운송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롭지만 스웨덴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H&M의 경우 제품의 75%가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H&M이 지난주 발표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0%나 떨어진 것만 봐도 면화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마진 축소를 겪고 있음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원가 부담을 안고 있는 M&S(-4.2%) 넥스트(-5%) H&M(-8.3%) 패스트리테일링(-25.3%) 갭(-4.1%) 등 글로벌 의류업체 주가는 최근 1년간 줄줄이 하락했다.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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