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기업, '인도 시장진출 어렵더라'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인도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다" 인도 시장에 진출한 영국과 독일 기업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인도 정부가 외국 회사에 대해 다른 세법을 적용하고 특허권 분쟁에서도 자국 기업 손을 들어주는 등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활동하기는 여건을 까다롭게 조성하고 있기다는 주장이다.뉴욕타임스가 지난 24일과 28일 보도한 독일 풍력업체 에너콘(Enercon)과 영국 무선통신업체 보다폰(Vodafone)의 사례는 단적인 예이다.독일 에너콘은 인도회사와 합작한 에너콘-인도에 10여개의 특허권을 빼앗길 판이고, 영국 보다폰은 인구가 많은 인도에 진출해 가입자 수는 증가했지만 인도 내 기반시설 확충에 큰 비용이 든 데다 사용자의 수익이 거의 나고 있지 않아 인도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인도 "특허권, 외국 회사 못준다"=인도는 외국인 직접투자에 제한을 두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런 맥락에서 특허권 분쟁에서 자국 기업 손을 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인도는 독일-인도 합작 회사의 특허권 분쟁에서 최근 독일 회사에 패소결정을 내렸다.독일의 풍력발전업체인 에너콘은 지난 1994년 인도 메흐라 그룹과 손잡고 에너콘-인도를 설립, 운영해왔다.인도 외국인 투자법은 외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할 경우 인도 현지 기업체가 지분을 51%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회사는 반드시 인도 현지 회사와 합작을 해야 한다.에너콘도 인도 진출을 위해 인도 기업과 합작을 했는데 합작사간 특허권 분쟁이 발생하자 인도정부는 인도 내 합작회사인 에너콘-인도의 편을 들어줬다. 독일 회사측은 "이 때문에 12개의 특허권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프라산트 레디 인도 지적재산보호국 조사자는 "독일 에너콘의 특허권 무효의 이유는 인도 내에서 획득한 특허권은 인도의 어떤 회사라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에너콘-인도가 독일 에너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분리된 메흐라 그룹은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매일 법이 바뀌는 곳”=4년 전 인도 무선통신시장에 진출한 영국의 보다폰도 인도당국의 횡포에 인도 시장 진출에 대해 후회와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보다폰은 2007년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법에 따라 인도 무선회사를 1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인도에서 바르티 에어텔과 릴라이언스 통신에 이어 3번째로 큰 통신회사가 됐다.그러나 보다폰은 인도에선 외국회사가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고 땅을 쳤지만 이미 늦었다.마틴 피터스 보다폰-인도 대표는 “신흥시장에선 매일 새로운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으며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시장의 규칙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익을 내고 싶은 기업들이 있다면, 절대로 인도 시장에는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특히 인도세법당국은 보다폰에게 25억달러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도록 명령을 해 인도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보다폰의 신흥시장 확장은 경이적인 소비자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 수익은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얼마나 고전을 하고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다. 2010년 말 현재 보다폰의 3억5900만(전체의 70% 이상) 통신가입자는 아프리카, 중앙·동부 유럽, 중동지역, 아시아·태평양에 있다. 2006년말 40%가 채 되지 않았던 수치보다 큰 폭의 성장을 나타낸 것이다.그러나 이 성장이 수익성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보다폰은 2010년 9월말까지 6개월 간 85억달러의 수익을 냈으나 신흥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3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인도의 경쟁업체들이 낮은 수수료율을 부과해 이익을 아주 적게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동안 보다폰-인도 월평균 수익은 한 명당 한달에 3.87달러 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최대 무선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사용자당 월평균 약 54달러를 벌어들이며 약 14배의 높은 수익율을 보이고 있다.게다가 발전시설이 부족한 인도에 무선 통신을 위해 새로운 송신탑을 건설해야 하고, 도로·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을 보완해야 했다. 특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각 송신탑마다 보다폰의 디젤발전기를 설치하고 이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키기까지 해야했다.◆‘안정적 투자 환경’ 마련해야=외국인 투자자들은 인구가 많고 원자재 매장량이 풍부한 인도를 매력적인 나라로 평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제한법과 같은 규제로 망설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도이치뱅크의 로버트 그린들은 “인도당국이 외국인 회사에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불확실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인도 내 매우 경쟁적인 환경 때문에 투자자들은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비토리오 콜라오 보다폰 CEO는 인도에 논의할 때 열정과 불만을 번갈아가며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콜라오 CEO는 “인도는 보다폰이 포함된 통신 분야에서는 마치 레몬을 쥐어짜는듯 규제를 가할 때가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인도 시장은 보다폰에게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도 “인도는 외국 기업에 대해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형성하고 안심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만 보다폰의 투자는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윤미 기자 bongb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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