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데이]이호준 미소로 드러난 2011 프로야구 판도(종합)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모든 팀이 강할 순 없다. 승부는 모두 나기 마련. 하지만 각 구단 감독들은 판도 예측을 피했다. 강팀들은 지난해 약팀에게 잡힌 발목을 떠올렸다. 반면 약팀들은 '도전'이라는 명제 아래 선전을 다짐했다.각 구단 감독들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Let's Play with Fans’ 미디어 데이에 참석, 올 시즌 각오 등을 내비쳤다. 지난 시즌 우승팀 SK의 김성근 감독은 여느 때처럼 조심스러웠다. “모든 팀이 강하다”며 엄살을 부렸다. 그는 “시범경기를 해보니 한국야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며 “팀들마다 연습을 많이 한듯했다. 초반부터 준비를 잘 했다”고 밝혔다. 제자들에 대해서는 박한 평을 내렸다. 김 감독은 “4년 동안 4월에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며 “걱정이 무척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상자들이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선수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우려는 지난해 준우승의 삼성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혼전이 예상된다”며 “4월을 어떻게 치르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 선수가 많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엄살을 부리면서도 품은 꿈은 우승이었다. 그는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야구,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돌다리를 두들겼다. 그는 “7개 구단들이 준비를 잘했다. 모두 강하다”며 “올해는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김 감독은 우승의 목마름을 자주 표현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김 감독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선수단 모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양승호 롯데 감독은 주관을 뚜렷하게 보였다. “반드시 팀을 우승시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충만한 용기는 시범경기 성적에서 비롯된다. 롯데는 8승 5패로 1위를 차지했다. 양 감독은 “전력이 한층 높아졌다”며 “4월 2일 개막전에서 류현진(한화)을 넘고 SK, 두산만 잡는다면 우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조범현 KIA 감독의 목표 역시 우승. 그는 “최근 2년간 경험을 토대로 준비해왔다”며 “좋은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위기만 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며 “강팀도 약팀도 없다. 외국인 선수와 부상만 피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과 한대화 한화 감독은 모두 도전이라는 명제를 꺼내들었다. 두 사령탑의 팀들은 약체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스포츠는 끝나봐야 안다”며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전력 평준화를 노리겠다”고 공언했다. 한 감독도 “지난해에 비해 마운드와 수비가 안정됐다”며 “7개 구단들을 귀찮게 하면서 이기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화는 젊은 팀”이라며 “올해는 유독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숨은 야심을 드러냈다. 박종훈 LG 감독은 이들과 사뭇 달랐다. 머릿속 구상을 과감하게 보였다. 그는 “투수력이 좋은 SK와 안정된 전력의 KIA, 두산이 강호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연습을 많이 했다”며 슬쩍 팀을 4강 구도에 얹어놓았다. 궁극적으로 모든 팀의 목표는 같았다. 우승이었다. 뜨거운 경쟁의식은 선수들의 입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박용택(LG)은 가장 큰 산으로 류현진을 지목했다. 그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서도 “류현진을 뛰어넘는다는 전제조건 아래다”라고 웃었다. 이어 “1년에 3연전을 여섯 차례 갖는데 지난해 류현진만 8번 만난 것 같다”며 “올해는 반드시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이를 옆에서 듣던 류현진은 엄살을 부렸다. “모든 팀이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며 “그저 최선을 다 해 던지겠다”고 웃었다. 속임수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겸손을 떨며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서재응(KIA)은 최대 고비로 넥센과 SK를 꼽았다. “지난해 4강에 못 들어간 건 이 두 팀 탓이었다”며 “두 팀을 넘는다면 4강에 들것”이라고 했다. 김현수(두산)는 롯데 공포증 타파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롯데 투수들에게 유독 부진했다”며 “차우찬(삼성)과 롯데 투수진만 잡는다면 팀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군 멍군이었다. 홍성흔은 “시범경기를 치르며 두산의 짜임새가 상당함을 느꼈다”며 “꽤 강해진 LG와 두산 등 서울 팀을 잘 잡는다면 팀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진갑용(삼성) 역시 두산을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지난 시즌 두산에 많이 진 것 같다”며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이야기를 모두 듣던 이호준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이 SK를 거론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전부 SK를 이기고 싶어 하더니 모두 목표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포기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코웃음을 쳤다. 이어 “지난해 한화, 넥센에 고전했는데 강자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 같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 소리는 길지 않았다. 이어진 답변이 삽시간 선수들의 미소를 앗아간 탓이다. 이호준은 또박또박 말했다. “두 팀만 잘 이긴다면 100승도 충분할 것이다.”이들의 뜨거운 레이스는 오는 4월 2일 막을 올린다.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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