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앞섰다. 군 전역 후 첫 복귀작.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것도, 욕심 때문에 내려놓기에 실패했다는 것도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됐다. 그게 참 다행이었다며 그는 껄껄 웃는다. 앞으로 향할 방향도, 걸어가고 있는 길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안의 열정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영리한 배우.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마이프린세스'(마프)를 통해 연기 복귀 신고를 마친 배우 류수영을 만났다."드라마 끝나고요? 아무것도 안했어요. 보통 작품 끝내면 제가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거든요.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 고생했던 것 다 털어버리고 오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사실 이 맛에 연기하는데, 이번엔 만족감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커서인지 쉽게 어디를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복귀작이라고 너무 많이 힘을 줬나봐요, 하하. 재미있게 찍었는데 1,2회 때 제 연기를 모니터해보니 굳어있더라고요. 아, 내가 너무 욕심을 내고 힘만 주고 있구나..그래서 그 뒤부터는 마음 편하게 했더니 좀 낫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그런 걸 빨리 캐치하고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어요."
'마프'에서 류수영은 이설(김태희 분)의 흠모와 동경의 대상이자 키다리아저씨처럼 그를 지지해 주는 지도교수 남정우 역을 맡았다. 김태희는 극중에서 류수영만 보면 하트 뿅뿅,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다. 류수영은 그런 김태희에게 "고맙다"고 했다."대본을 받고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극중에서 남정우는 잘생기고 똑똑한 완벽남에다 이설이 남정우를 볼 때마다 '어머 어쩜 저리 섹시할까' 하고 좋아해줘야 하는 건데, 내가 과연 어떻게 해야 김태희에게 그런 리액션이 나올까 고민이 되는 거죠. 난 군대에서 막 제대한 군인이었을 뿐인데! 다행히 김태희 씨가 잘 해주셔서 제가 더 멋있게 나온 것같아요. 참 고맙죠."내친 김에 김태희 칭찬 하나 더. 류수영은 '마프'로 얻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태희를 알게 된 점?"이라며 크게 웃는다."2003년 앙드레김 패션쇼에서 파트너로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작품을 같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참 예뻐요. 단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밝고 환한 에너지를 뿜어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김태희 씨를 예뻐해요. 늘 열심히 하고 많은 준비를 해오고요. (송)승헌이 형도 언제나 소년처첨 해맑고 즐거운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끌었고. 그런 배우들과 같이 작업했다는 게 참 소중해요."
류수영은 독특하게도 한 방송사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명지대 경영학과 동기이자 절친인 개그맨 이승윤과 '홍자매'로 유명한 홍미란-홍정은 작가의 남동생 민기와 팀을 이뤄 한 방송사의 '캠퍼스 영상가요'에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잘생기고 끼 많으니 나가보라는 홍자매의 적극 권유가 있었다. 이승윤은 차력을, 류수영은 쌍절곤을 담당해 쇼를 펼쳤는데 결과는 1등. 결국 이를 시작으로 '최고의 밥상' '진실게임' 등으로 연결되며 연기자로 캐스팅 제의를 받는다. 서경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아버지 어윤소 교수는 처음에 연예계 진출을 반대했다. "당시 대학생이었으니까 경험삼아 딱 3년 만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지금 부모님이요? 어우, 제가 TV에 안나오면 굉~장히 심심해 하십니다, 하하. 그리고나서 2000년 영화 '섬머타임'을 찍었어요. 요즘 케이블TV에서 엄청 많이 나오더라고요. 군대에서 친해진 조승우가 그러죠. 자기가 찍은 '타짜'보다 더 많이 나온다고."(웃음) 데뷔한 지 벌써 만 10년이 넘었다. 우연한 기회에 첫 걸음을 뗀 이 길, 그는 잘 걸어왔을까. 앞으로는 어떤 길을 향해 발을 내디딜까."흔들리지 않고 걸어왔다는 건 자신해요. 하지만 잘 걸어왔는 지는 앞으로 더 걸어봐야 알 거같아요. 단지 제가 뛰어야 할 시점에 뛰지 못했다는 게 아쉽죠. '서울1945'하고 난 뒤 좀더 뛰고, 좀더 내려놓고 갈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마프'에서 멋있는 역도 해봤으니 이제는 보통사람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요즘 드라마는 상위 0.1%의 사람이 하위 20%의 사람들을 만나는 얘기들만 하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그냥 보통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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