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과위' 새 출범에 거는 기대

[성지은 STEPI 부연구위원] 오는 28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대통령 소속 상설행정위원회로 개편되어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자문위원회 형태였던 국과위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사무기구의 독립성·전문성·중립성을 보강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비상설 자문위원회 형태로는 국가연구개발정책의 종합적 조정에 한계가 있고, 사무국의 교과부 소속이 범부처적 총괄 조정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과학기술혁신정책(이하 혁신정책)의 기획과 조정 기능 강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과학기술혁신이 사회 변화의 기반이 되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이를 국가 차원에서 의제화하고 다양한 혁신·사회 주체 간의 연계와 협력을 이끌어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내각부 산하 종합과학기술회의(CSTP)가, 핀란드는 내각 산하 연구혁신위원회(RIC)가 경제·사회 발전을 총괄하는 정책으로서 혁신정책의 조정·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일본에서는 분야별로 흩어져 있던 종합과학기술회의, IT 전략본부, 지적재산전략본부 등 각종 전략 본부를 통합하여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분산형 혁신체제를 유지해 왔던 미국, 영국, 독일도 혁신정책 기획·조정 기구의 기능 강화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범부처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NSTC, PCAST, OSTP 등 연방정부 차원의 다양한 과학기술정책 조정 및 자문기구를 적극 활용하여 조정 역할을 강화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구개발과 혁신이라는 기능과 미션을 중심으로 기업혁신기술부(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 BIS)를 신설하여 기업, 숙련인력, 혁신, 과학·연구 분야 등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2005년 11월, 대연정 정부 출범 이후 국가 R&D 활동의 방향성과 연방부처 간의 협력·조정을 강조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최초로 시도한 범부처 혁신프로그램인 첨단기술전략(Die Hightech-Strategic fur Deutschland)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공공연구와 혁신정책을 조정 통합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조정체계의 주요 특징은 수직적 조정 통제의 의미가 강한 컨트롤타워개념보다는 기술혁신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인 특성을 정책에 반영하고 다양한 혁신 주체간의 연계와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 모두 혁신의 기반적 특성(generic)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혁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다른 정책 분야와의 상호 관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수단의 상호 의존성을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 시각과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정 또한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고 장기적인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참여가 요구되는 분야나 범부처 조정 및 통합이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장기 기획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범부처 R&D 사업 추진 등 실질적인 조정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 예산기제를 활용하거나 각종 위원회, 소위원회, 부처 간 워킹 그룹, 태스크포스 팀들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다. 오늘날은 정책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복잡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강력한 소수의 컨트롤타워를 통한 정책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 방법에 의한 강력한 정책조정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는 이러한 문제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보다 잘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며, 정부의 핵심 기능을 제외하고는 상당부문의 역할을 민간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범부처 조정이 필요한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기획·조정·평가 기능을 강화하되,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구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과거 추격형 혁신체제하에서는 강력한 정부 주도의 하향적(Top-down) 추진방식이 유효했으나 새롭게 출현하는 급박한 이슈에 대해서는 대응 능력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에게 자율과 함께 책임이 부여될 때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가능해지며, 정책 결정의 잘못을 밝히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주요 선진국 조정체계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노력과 부처 간 연계와 협력, 혁신정책의 과학화 제고는 공통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삶의 질 제고, 양극화 등 여러 사회 문제해결 능력의 확보와 함께 사회적 환원 및 수요 대응성에 있어 과학기술정책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국과위의 비전과 미션 설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사무국의 독립성·전문성·개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을 포함한 사회주체들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으며 복잡한 사회 문제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성지은 STEPI 부연구위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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