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수 서울부동산칼리지 원장 '부동산은 살아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50대 중년 남자가 서울 잠실을 배회하고 있다. 짧은 머리에 범생이 안경을 꼈다. 등산복을 입었으나 목에는 어울릴 수 없는 털목도리도 둘렀다. 뒤에는 1리터 물병 하나 들어갈 정도의 귀여운 가방이 매달려 있다. 그는 거리를 지나며 사람이 아닌 건물을 탐색했다. 이쪽 건물에서는 한숨을, 저쪽에서는 웃음을 머금는다. 그의 발길이 멈춰선 곳은 대부분 공인중개소다. 악수를 하는 그의 손에는 훈훈함이 배어있다. 그의 집은 창신동. 기상시간은 아침 5시다. 일주일의 5일은 거리를 배회하고 2일은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 중 하루는 20여명의 여성과 함께 핫(HOT)요가를 배운다. 최근 바뀐 18번 곡은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유영수 원장. 그는 경매 뿐만 아니라 매매, 전세 등 모든 부동산 거래의 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은 유영수. 직함은 서울부동산칼리지 원장이다. 이 학원에서는 법원 부동산 경매에 대해 가르친다. 하지만 그는 강의를 싫어한다. 말하기 싫어한다. 몸으로 부딪치고 현장을 탐구할 때 진흙 속에 진주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그의 가르침이다. 지난 주말도 그는 도시정벌에 나섰다. 그의 뒤에는 번개로 나온 학원생 3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잠실 롯데 슈퍼타워' 공사간판을 보면서 향후 오피스텔 수요가 많아질 것을 전망한다. 쓰러질 것 같은 잠실 5단지를 보며 돈이 있다면 무조건 사둘 것을 권한다. 이어 88올림픽 등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모텔, 여관 등이 향후 개발될 것을 관측해낸다. 그의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 적는 학원생들의 진지함에 저절로 경의가 표해진다. "부동산은 살아있다. 주인을 잘 만나면 건물도 밝게 빛난다. 사람들이 찾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면 어울리지도 않은 업종의 간판과 다 죽어가는 상점들이 건물내 꾸역꾸역 가득찬다."이처럼 살아있는 부동산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는 현장을 발로 뛰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후 그의 단골집에서 식사가 이뤄진다. 커피도 한 잔씩 마신다. 학원생 한 명당 3만원씩 강의료를 받았지만 그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이런 하루를 보낸지 벌써 십여년째다. "이제는 해당 물건만 봐도 가격이 어떻게 될지 짐작이 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10여 년간의 현황 파악과 철저한 분석을 위해 부단히 발품을 판 덕이다."
그의 자산은 알려진 것만 200억원대다. 파주 2만5000여평, 강화도 1만여평 땅을 비롯해 각종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집에서 성수동에 위치한 그의 학원으로 향할 때마다 몰고다니는 자전거의 가격만 1800만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재산이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땅에다 돈 벌 수 있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는 게 그의 꿈이다.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잘 알지 못해 벌지 못하는 현실을 뒤바꾸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최근 그는 그의 노하우를 담은 책 '나는 경매로 월세 2000만원 받는다'를 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에게는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 될 것이며 투자자들에게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에게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경매 노하우를 더 공개하고 싶다."그는 현재와 같은 전세난 속에서 전세민들이 경매에 관심가질 것을 권한다. 다만 경매에 대한 철저한 공부가 있어야 하며 원하는 물건에 대한 꼼꼼한 현장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말을 마친 그는 내일도 현장으로 간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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