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故 류근철 박사의 못 다 이룬 ‘꿈’

여든 넘은 나이에도 연구와 치료 열정 간직, “10년 쯤 더 일하고 싶다”는 소망 끝내 못 채워

고 류근철 KAIST 특훈교수.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KAIST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한 분야의 연구로 수천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로 커 나가는 게 제 꿈입니다. 이 목표를 위해 한 10년쯤 더 뛰고 싶은 게 남은 바람이구요.” (故 류근철 박사, 578억원 기부 1주년 즈음 인터뷰서.)10년쯤 더 일하고 싶다던 ‘기부왕’ 류근철(KAIST 특훈교수) 박사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두달 전 노환으로 쓰러진 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류 박사는 8일 오후 3시쯤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여든 살을 훌쩍 넘어서도 연구와 치료의 열정을 가졌던 고인은 2008년 KAIST에 개인 기부사상 최고액인 578억원을 내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고인은 또 다른 기부자가 나타나길 애타게 바라왔다. 자신의 기부가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부문화에 새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뜻이 온전히 사회에 전해졌는지 그 뒤로 사회지도층들의 기부가 더 늘었다. 금액도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규모로 커졌다.큰 돈을 KAIST에 불쑥 맡긴 류 박사는 지금까지 KAIST의 8평짜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자신의 이름을 딴 건강클리닉을 책임졌다.이곳엔 그가 개발해 러시아우주비행사들을 치료해온 의료기기 ‘닥터 류스 헬스부스터’ 8대가 설치돼 학생들을 돌본다. 하루에 이곳을 찾는 학생만 70여명에 이를만큼 인기다. 고인의 기부액은 KAIST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를 짓는데 기부금 중 100억원이 들어갔다. 경북 영양군에 짓는 KAIST연수원도 도움이 된다.1926년 충남 천안서 태어난 고인은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1976년 경희대)로 경희대 의대 부교수, 경희한방의료원 부원장, 한국한의사협회 초대회장을 지냈다. 한의학자로선 처음 1996년 모스크바국립공대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등을 지냈다.KAIST는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에 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또 세종시에 생명과학기술대학을 옮기면 캠퍼스이름에 류 박사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KAIST는 고인이 연구 중이던 제2, 제3의 항생물질개발을 교수들이 이어받아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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