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새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임 회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사임을 표한 후 7개월 만이다. 그러나 새 회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칠 수만은 없는 것이 전경련의 현실이다. 그만큼 허 회장이 떠안은 짐이 크다. 무엇보다 대기업 오너들이 저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 할 만큼 딱한 처지에 놓인 전경련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전경련은 한국 경제의 발전사를 써왔다고 자부할 만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전경련은 '재벌들의 로비 단체'라는 따가운 눈총 속에 그저그런 이익단체 중의 하나로 여겨질 만큼 위상이 추락했다.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고 대기업의 위상과 영향력이 달라졌음에도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를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장의 어려움을 정부에 하소연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를 보여온 때문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전경련이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식의 폐쇄적인 개발시대 사고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대기업은 이제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의 주역이다. 전경련의 회원사 하나 하나가 나라의 얼굴이며 국가 경제의 중추다. 재계의 편향된 시각이나 주장, 민원성 건의를 넘어서 높은 차원의 가치를 지향하는 게 옳다. 기업의 영속성장이 국민과 나라의 이익과 함께 하는 길을 찾고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맞춰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끄는 최고 싱크탱크로의 변신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ㆍ고령화, 청년 실업 해소에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전경련이 되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허 회장이 취임사에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 제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전경련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파악해 다가 가겠다"는 말도 귀에 들어온다. 시대의 변화에 상응한 '허창수號 전경련'을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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