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유업계 사이의 기름 값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국내 휘발유 값을 놓고 한 달 넘게 벌어지고 있는' 비싸다' '싸다'는 공방이 국제 원유값이 치솟는 와중에도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 값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리 없다. 비교 대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격으로 분명하다. 초등생도 계산할 수 있을 법한 기름 값을 둘러싸고 한 나라의 장ㆍ차관과 업계가 지루하게 다투니 소비자로서는 황당하기만 하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유가 인하 압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국내 공급가격이 OECD보다 비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비슷한 품질의 휘발유를 비교하면 국내 가격이 오히려 ℓ당 28.4원 싸다"고 말했다.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주유소 휘발유 값이 묘하다"고 말한 데 이어 윤 장관은 "우리 휘발유 평균 가격(세전)은 OECD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113.2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재정부 차관도 TV에 나와 "OECD 20개국과 비교해보니 국내 휘발유의 세전 가격이 ℓ당 1047원으로 125원 비싸다"면서 업계를 압박했다. 석유업계는 즉각 받아쳤다. 윤 장관이 비교한 것은 고급휘발유이며, 국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물론 산유국을 포함한 OECD 평균가보다도 낮다고 주장했다. 유가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자부(현 지식경제부) 관료 출신이기도 한 오 회장의 엊그제 발언은 이 같은 업계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후 휘발유 값 문제를 집중 제기했고 석유가격 체계 분석을 위한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팀까지 구성해 가동 중이다. TF팀이 구성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 결과가 없다. 석유협회가 '장ㆍ차관 발언이 틀렸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도 유구무언이다. 소비자는 말 싸움이 아닌 '국내 기름 값의 진실'을 알고 싶다. 싼가, 비싼가. 내릴 수 있는가, 없는가. 틀린 말을 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혼란에 빠뜨린 채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치솟는 기름 값에 걱정이 태산같은 국민들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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