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의 한 유명 떡 업체는 지난해 개발된 '굳지 않는 떡' 기술을 독점할 수 있다면 140억원도 낼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한 헤드헌팅사는 이 기술 개발자에게 이적료 20억원을 제시하며 다른 직장으로 옮길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자는 일언지하에 "노"라고 답했다.농촌진흥청에서 24년간 한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한귀정 발효이용과장(박사·사진) 이야기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추석 무렵 '굳지 않는 떡' 제조 기술을 시장에 내놔 업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떡은 보통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져 먹기 곤란하다. 유통기한 또한 짧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밤샘 작업으로 떡을 만들어 날라야 했다. '굳지 않는 떡' 기술은 이런 떡의 유통 및 저장 문제를 한번에 날려 버렸다.이 기술을 적용해 떡을 만들면 2달이 넘도록 떡이 쫄깃하고 말랑하게 유지될 뿐 아니라 냉장 저장하거나 냉동 보관한 후 해동하더라도 원래 질감으로 돌아온다. 첨가물이나 화학적 처리없이 전통 떡 제조법인 떡메치는 과정에 착안, 펀칭 기법과 보습성 유지기법 등을 이용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업계에서 떡 좀 만든다는 회사는 이런 그를 모시기(?) 위해 거액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한 과장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왜일까. 어릴 적부터 농진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보고 꿈을 키워온 그는 1987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전북 부안군 농업기술센터(옛 농촌지도소)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 곳에서 3년 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기쁨도 누렸다.이후 아버지는 부안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은퇴했고 그의 여동생은 현재 농진청 전북 완주군 지소에서 지도사업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농진청은 말 그대로 가업인 셈이다. 농진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한 과장은 이 직업을 단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지도하는 일도, 연구하는 일도 모두 좋다. 내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랬기에 2008년 농진청 존폐론 얘기나 나왔을 땐 무척 안타까웠다"고 말했다.처음엔 지도사업으로 시작한 그는 1990년부터 연구직으로 업무를 바꿨고 20년 넘도록 한식 발전을 위한 연구에 몰두중이다. 이런 그를 세상이 외면할리 없다. 지난해 말 한 과장은 농진청 최고 권위이자 연구자들에게 영예로 여겨지는 '농업연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한 과장은 "연구자 입장에서 경제적 논리만 펼 수 없는 일"이라며 "기술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든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이런 그에게도 마음이 편치 않을때가 있다. 국가가 개발한 특허인데 무슨 돈을 받고 기술이전을 하느냐는 말을 들을때다. 그는 "이런 기술을 이전하면 전수자만 이득을 얻을 뿐, 정작 혜택을 봐야 할 소비자들은 등한시된다"며 "기술 이전료를 받아 또 다른 국가 연구 개발비에 쓰이고 이런 기술(굳지 않는 떡)도 그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그는 "굳지 않는 떡 기술을 면류 등 관련 상품에도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대외적 성과인 '대한민국 100대 기술'에도 도전하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잡지에도 내고 싶다"며 여전한 열정을 피력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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