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볼일 보실 때 조심하세요~'

골프장에서는 화장실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겨울철은 특히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는 계절이지요. 코스 곳곳에 유난히 큰 나무 밑이 고객님들께서 종종 이용하시는 공중 화장실인 까닭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나무들이 고객님을 완벽하게 가려드릴 수가 없다는 거지요.어느 날인가 한 고객님께서 화장실이 몇 홀에 있냐고 물어보시다가 너무 급하셨나 봅니다. 다른데 정신이 팔린 저도 고객님을 말리지 못한 게 죄송스럽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였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홀과 마주보고 있는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다른 팀 네 분이 티 샷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 고객님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고객님은 페어웨이 우측에 볼을 치러 가셨는데 스윙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한 자세로 등을 돌리고 서 계셨습니다. 바로 눈치 챘지만 문제는 고객님이 서 계신 방향이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였던 것입니다.거리가 100m가 넘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객님께서 뭘 하고 계시다는 것은 건너편에서도 다 알 정도였고, 뿜어져 나오는 오줌 줄기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 골프장에 처음 오셔서 홀 배치를 모르신 고객님의 실수였습니다. 후일담이지만 그 팀 캐디가 민망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네요.저는 아무렇지 않게 고객님께 "때와 장소를 좀 가리시지 그러셨어요"라며 넘어갔지만 고객님은 많이 부끄러우셨겠죠? 몇 홀 지나자 또 화장실을 찾으시는 고객님께 "고객님 이번엔 아예 산속 깊숙이 들어갔다 오세요"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언니,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봐서 안 되겠어"라고요. 처음 오셨지만 공항이 바로 옆이라는 건 아셨나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