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욱기자
명창 박정욱 선생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점점 맥이 끊어져 가는 전통굿과 소리를 새로운 형식으로 승화시켜 해외로까지 진출한 명창 박정욱(46·사진) 선생.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평산소놀음굿 예능이수자인 박 선생은 "전통굿은 소리와 움직임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며 "우리의 문화인 굿을 통해 한국만의 전통 문화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1965년생인 박 선생은 사실 '굿' 마당에서는 가장 젊은 세대다. 60~70대, 심지어 80대 어르신들이나 향유하던 전통문화를 지천명(知天命)에도 이르지 못한 총각이 넓디 넓은 포부와 함께 세계에 도전하겠다고 하니 '그게 가능할까?'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긴긴 겨울이 끝나가는 듯 싶다가 갑자기 쌀쌀해진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박 선생은 실제 나이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의욕적인 청년 그 자체였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그의 모습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굿과 소리를 타고난 듯한 '달인'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정신적 지주였던 외할머니의 손에 자란 박 선생은 선비집안이었던 외가댁의 문화 속에 자연스레 전통문화를 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리와 굿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부산에서 살던 고등학생 시절 소리를 배우겠다며 학교를 자퇴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본격적인 국악수업에 들어갔다.어리디 어린 그였지만 감출 수 없는 열정은 1세대로 불리는 수많은 명창, 명인들로부터 사사 받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 1987년 작고하신 명창 김정연 선생으로부터는 서도소리를, 평산 출신의 '새우젓 만신(萬神)'으로 불리는 이선비 선생으로부터는 황해도 평산 철물이굿, 소놀음굿을 사사 받았다. 인간문화재 이은관 명창으로부터는 배뱅이굿을, 역시 중요무형문화재인 이은주 선생으로부터는 경기민요를 배웠다.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서도소리 잘하는 청년'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도 탔다. 덕분에 MBC, KBS 등 전국 방송에서 수차례 전파를 타기도 해 이산가족찾기 행사 등에서는 '서도소리'하면 박 선생을 떠올릴 정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