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고통을 겪은 성공이 더 달다

2010년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가 어떻게 지났는지와 내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면서 '철학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중년이 되면서 지난날의 기억을 차곡차곡 되새기게 된다.나는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중국집 주방장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장터에서 노점을 하며 '메리야스'를 파셨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장면 냄새가 난다고 놀림을 받았다. 두 분은 착실히 일하셔서 결국에는 아버지는 중국집을, 어머니는 포목상을 하셨다. 3선 국회의원,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 네트워크 치과 대표원장이라는 호사스런 타이틀 뒤에 나는 항상 가난을 달고 살았다.아버지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을 갖는 것도, 의사가 되는 것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지켜보지 못하셨다. 일당 2720원, 전기현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몸이 망가진 아버지께 30㏄ 스쿠터 하나 사 드린 게 전부였다. 아버지는 평생 폐암으로 고생하다가 38㎏의 앙상한 몸으로 세상을 등지셨다. 의료보험, 약도 없이 공업용 산소통에 기저귀 고무줄을 코에 연결해 연명하시다가 당신 손으로 호스를 빼고 내 곁에 영원히 누우셨다.고통이 숲을 만든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봤던 그 고통이 내 삶의 한 순간, 순간에 배어 있다. 제 귀를 도려낸 고흐처럼 존경받는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면 시련과 고통이 있다.'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앤 롤링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았던 이혼녀다. 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두 번의 암투병을 견디면서도 아이폰을 출시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최고의 미디어 갑부이자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는 14세의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과 유산을 겪었다. 또한 그녀는 눈물이 많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지방 방송에서 해고됐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이클에 출전한 이민혜 선수는 갑상선 암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림사 김흥국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4000억원 매출의 회사를 일궈냈다. 나는 두 차례나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에이브러햄 링컨은 19년의 낙선과 27번의 좌절 끝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데 나이도 중요치 않다. '열정과 희망을 살리기엔 나는 좀 늦은 게 아닐까' 생각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작할 타이밍이다. 재일 교포 출신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된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 회장은 28세였던 1982년 5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가 5년을 절망으로 보냈다면 나스닥재팬 설립 등 각종 신화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정주영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58세에, 이병철 회장은 삼성반도체를 73세에 만들었다. 레이 크록은 53세에 맥도날드를 만들었으며, 삼국지의 조조는 54세에 적벽대전에 출전했다. 영화로 만들어진 세계적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은 발표 당시 62세였다. 미켈란젤로가 가는 세월을 탓하며 좌절하고 있었다면 그가 71세에 그린 '시스티나 성장의 천장화'인 '천지창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세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좌절할 때도 있을 것이고, 좌절에서 오는 고통이 거대한 숲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의 숲이 바로 성공을 만들고, 미래를 여는 발판이 된다는 사실이다. 2011년 신묘년이 서서히 밝아온다. 좌절을 딛고 희망의 씨앗을 싹틔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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