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꿈을 그리는 나무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소속 회화과와 미디어디자인학부 학생 100여 명은 지난달 장수마을을 찾아 20여 가구 담과 계단에 그림을 그리며 봉사활동을 펼쳤다.벽화는 학생들이 제시한 150여 개 시안 가운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작품들로 구성됐다.한성대학교 학생들의 손길이 닿자 색 바랜 좌측통행 화살표가 있던 가파른 계단에는 화분들이 놓이고 초록색을 좋아하는 한 할머니의 집 담벼락에는 푸른 나뭇잎이 수놓아졌다.포도넝굴
또 적막한 붉은 벽돌 위로는 화초가 자라고 슬레이트 지붕 밑으로는 희망의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닌다.이와 함께 얕은 계단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와 손녀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또 피노키오 동화를 좋아하는 한 소년의 집 담에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집에는 실제 화초들과 잘 어울리게 넝쿨에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자원봉사 학생들은 학교와 담을 같이하고 있는 마을을 그림으로 밝게 할 수 있어서 또 주민들은 오래되고 낡은 담벼락이 예쁘게 바뀌어서 모두 환한 미소를 짓는다.동심
이 같은 사연들이 있는 담장 벽화는 탁상용 달력으로도 제작됐다.장수마을은 2004년 삼선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구역 인근에 서울성곽과 삼군부총무당 등 문화재가 있고 급경사 구릉지여서 수익성 문제로 6년째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또 재개발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소득 수준이 낮은 주민들이 조합원 분담금을 내고 이 곳에 재정착하는 것도 어렵다.하지만 이 곳에는 노후도가 심한 무허가주택들이 많아 도로 정비와 기반시설 확충을 포함한 주거지 정비사업이 절실한 곳이기도 하다.따라서 성북구는 이 곳 장수마을을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해 통상적인 재개발이 아닌 새로운 대안개발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성북구의 이 같은 시도가 대도시 노후 지역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