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희기자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사진 왼쪽부터)
유재석의 이러한 진행 능력은 독한 컨셉트의 예능에서 조차 시청자로 하여금 반감을 주지도 않으면서 극대화된 재미를 연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그러나 동시에 유재석의 '착한 진행'은 급변하는 예능계 속에서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예능 MC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주도권을 쥔 채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재치와 입담, 세련된 진행 능력이었고, 그런 점에서 신동엽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가운데 김용만, 강호동, 유재석, 박수홍, 김제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 및 토크쇼 등 예능 프로그램의 수요 변화와 이에 따른 MC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인기의 하락을 경험했다.곱씹어보면 유재석이 이들을 제치고 일약 최고의 MC로 등극했던 것은 '무한도전'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무모한 도전' 시절 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회생했고, 이는 전체 예능 판도는 물론 MC계에도 일대 지각변동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속에서 가장 잘 적응하며 변화를 몰고 온 장본인은 바로 유재석이었다.유재석을 제외하고 기존의 ‘잘나가던’ MC 중에선 강호동 만이 '1박 2일'과 '무릎팍도사'를 통해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직접적인 방식이 대세를 이룬 예능계의 변화에 적응하며 과거의 영광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뿐이었다.특히 과거 '착한 진행'의 대명사였던 박수홍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목받고, 소위 말하는 독한 캐릭터와 진행 방식이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시기에 강호동처럼 스스로 독해지지도 못했고, 유재석처럼 다른 이를 그렇게 만들어내지도 못하면서 예전의 인기를 잃어갔다.이같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 '유재석의 편안함'이란 강점조차도 급변하는 예능계의 트렌드 속에서 한 순간에 약점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의 친절하고 편안한 진행에 결여된 의외성이 어느 순간 식상함이나 예전 방식이란 말로 환원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더불어 유재석이 ‘무한도전’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던 예전처럼, ‘1인자’답게 이젠 새로운 방식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시작된 SBS ‘런닝맨’이 좀처럼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면서 ‘유재석의 한계’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결코 무시못할 사실이기도 하다.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지금의 유재석에게도 조금은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