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전병성 기상청장이 기상청 2층 국가기상센터에서 올 겨울 기상 특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담=김동원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날씨는 돈입니다" 늘 하늘과 소통해야 하는 기상청장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튀어 나왔다. "매일 하늘만 쳐다볼텐데 날씨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돌발성 질문에 전병성 기상청장(55)은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답했다.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경내에 자리 잡은 기상청을 찾은 2일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관악산 꼭대기의 기상청 원형 레이더가 훤히 보이는 5층 청장실 창가에는 지난 6월에 발사한 기상관측용 '천리안 위성' 모형이 야무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날씨로 돈을 번다고요?" 우문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청장은 "증권, 부동산 같은 정보만이 돈이 되는 게 아닙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기상 정보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 어딘지 아십니까?"라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바로 선박 사업입니다. 주로 야외에서 페인트나 구조물 조립을 작업을 하는 선박 사업은 페인트 칠 하다가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에 따라 한 번에 수억원의 돈을 날릴 수 있습니다. 야외작업이 태반이어서 선박건조 담당자는 기상예보를 신주 모시듯 하게 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 청장은 경청하는 모습을 보며 신이 난 듯 했다. "작게는 김밥 장사도 날씨에 민감합니다. 비가 오면 외출을 하지 않으므로 식당 매출이 줄어들기 마련이죠. 운동화 등 신발장사도 날씨에 울고 웃지요."날씨가 그토록 중요한지 몰랐다고 한마디 건네자 전 청장은 하고 싶은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요즘 일기예보가 틀리면 그것도 못 맞추냐고 기상청이 동네북 처럼 두들겨맞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인 300조원 규모의 사업이 기상정보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상청 예산은 정부 총 예산의 0.08%에 불과하다는 하소연이다. 어느 누구나 날씨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상청 연간 예산이 3000억원도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이 기상에 효과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예산의 0.2%인 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다시 한번 전 청장을 자극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토록 예산이 빠듯한데도 한대에 550억 원하는 슈퍼 컴퓨터를 3호기까지 도입한 이유가 무엇이냐" "게다가 슈퍼컴퓨터를 들여오고도 왜 날씨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느냐"고 따지듯 물었다.전 청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는 "PC 386 쓰다가 486으로 업그레이드 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슈퍼컴은 하나의 계산기일 뿐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 청장은 "병원에 최신식 MRI를 갖추었다고 해서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비유까지 들면서 슈퍼컴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풀려고 애를 썼다.슈퍼컴도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인 예보 모델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전 청장의 지론이다. 기상청은 지난해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줄곧 사용하던 일본식 '수치 예보 모델'을 버리고 가장 업데이트가 잘됐다는 영국식 수치 예보 모델을 도입해 시험가동까지 마쳤다. 그 결과 작년 기상청의 수치 예보 정확도는 91.9%로, 이웃 일본의 수치 예보 정확도 86%를 오히려 추월했다는 것이다.전 청장은 또한 "기상청도 이제 R&D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청장은 "이제는 한국이 기상선진국으로 기상기술의 수출을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 국립기상연구소의 연구 인력이 70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200~300여명으로 늘리고, 레이더와 같은 기상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병성 기상청장
-요즘 한반도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올해 1월 폭설, 봄철 이상 저온, 9월 폭우 10월 첫 얼음 등 한반도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구온난화 탓이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에너지가 높아진 상태에서 열대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지구의 평균기온은 14.7도로 1998년과 함께 지난 130년 가운데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봄철과 여름철 사이 급격히 변화했다. 추석 전날 수도권 호우만 해도 기상청은 남쪽 태풍과 북쪽의 찬 기운이 만난 뒤 비만 뿌리고 구름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는데 찬기단과 더운 기단이 정체현상이 와서 멈춰서면서 집중호우가 장시간 내리는 기상기후를 나타냈다. 지구온난화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매우 크다. -슈퍼컴퓨터를 도입해도 자꾸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슈퍼컴퓨터는 3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실효성이 떨어져 교체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슈퍼컴퓨터는 각종 관측 자료를 입력하면 빠른 속도로 계산하는 컴퓨터일 뿐이다. 오보가 나는 이유는 첫째로 기상 관측 자료의 불완전성, 둘째 예보 모델의 한계성 셋째 예보관이 가진 분석과 판단의 한계라고 본다. 다만, 최근 들어 급변하는 특이한 기상, 극한 기상 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100%정확하게 예보하기는 힘들다. -기상청장 하면서 일기예보가 틀릴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듯 한데 가장 힘들었던 날이 있는가?▲ 일단 올해 폭설이 내린 1월4일과 집중호우가 내린 추석 전날이 가장 힘들었다.(웃음) 일기예보 때문에 가장 초조했던 날을 꼽자면 바로 작년 12월29일이 떠오른다.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 눈이 온다고 기상청이 예보하는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새만금에서 받기로 한 업무보고를 청와대 영빈관으로 바꿨다. 그런데 하루 종일 눈을 기다리는데 눈이 오지 않더라. 애타게 기다리다보니 지성이면 감천인지 저녁 9시에 눈발이 쏟아지더라. 그러다 눈이 1cm 쌓였는데 밤 11시에 눈이 비로 변하면서 눈이 다 녹아버렸다. 겨울밤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밤새 내린 눈이 비로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눈 온다고 예보했는데 눈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하면서 밤새도록 뒤척이며 고민했다. 그런데 새벽 5시가 되면서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청와대 보고가 있는 날 아침에는 눈이 3cm나 쌓였다. 하늘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청와대로 보고하러 가다가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업무보고는커녕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우리나라에 기상관련 사업을 하는 업체가 몇 개나 되는가▲ 50개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인 진양공업은 인도에 1300여대의 AWS(자동관측망)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핀란드 계열 회사가 세계 기상기술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기상레이더, AWS 등 한국산 장비개발을 위해 기상청이 적극 나서고 싶다- 우리나라 기상 예보 수준을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수준인가?▲ 현재 기상선진국은 영국, 미국,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 정도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나라도 G9에 꼽힐 정도로 기상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예보 정확도는 10점 만점에 약 9점정도로 대국민만족도 조사결과는 81.9%로 약간 차이가 나지만,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이 만족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8월 대통령보다도 많은, 3억2500만원의 고액연봉을 주고 미국에서 크로포드 단장을 영입했는데 그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 크로포드 단장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우선 레이더 통합관리 필요하다고 강조해 올 4월 기상레이더 센터를 신설했다. 국방부ㆍ국토해양부ㆍ행정안전부ㆍ기상청이 그동안 레이더를 따로따로 관리했는데 이번에 범정부 기상강우레이더 공동 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국내 300여명의 예보관들을 위한 교육 훈련도 한층 강화했다. 예보관 훈련 프로그램을 재해기상 시뮬레이션 훈련 등 선진국 수준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도 크로포드의 힘이 컸다. 초단기 예보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현재 날씨인 기상실황과 1~3시간의 초단기 동네예보를 개발해 6월1일부터 기상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상청장 2년차인데 이제는 날씨에 도가 틀 때가 되지 않았는가.▲ 수시로 하늘 보는 것이 취미가 됐다. 환경부에서 폐기물 국장을 할 때는 어디 가도 쓰레기만 보이고 음식점 가면 음식물 남기는 것만 눈에 들어왔는데 요즘은 하늘을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보게 된다. 수시로 하늘을 보고 그 다음에 예보가 어떻게 나왔는지 체크한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 PC에서 날씨를 볼 수 있는 '날씨 위젯'을 통해 실시간 확인한다. (갤럭시S를 꺼내 보이며)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날씨를 볼 수 있는 기상청 모바일 웹(m.kma.go.kr)으로 날씨를 점검한다. 신속한 예보 뿐 아니라 해양ㆍ 선박 ㆍ 산악 기상 등으로 나눠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의 동네 예보를 참고하면, 자기 사는 지역의 날씨를 세밀하게 볼 수도 있다. 아울러 기상청 트위터, 미투데이도 있다. 조만간 스마트폰 전용 날씨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정리=김승미 기자 askme@ 사진=윤동주 기자 doso7@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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