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건영, 500억 ABCP 발행 추진 무산..배경은?

국내 PF대출없어 해외사업 지원자금 확보차원 해석..100억대 ABL대출 논의도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범양건영이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발행을 추진했으나 해당 저축은행의 거절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또 100억원대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대해 범양건영의 한 관계자는 "공식 창구를 통한 ABCP 할인 요청은 없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제2금융권 및 사채업계에서는 범양건영이 문을 두드린 곳이 'H저축은행'이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회자되고 있다. ABCP는 회사채가 아닌 기업어음형태로 발행되며 일반적으로 만기가 돌아온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 채권을 상환하는데 쓰인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부동산 침체 등의 이유로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만기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ABS나 ABCP 등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양건영이 저축은행을 상대로 한 ABCP 및 ABL 발행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사채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범양건영은 H저축은행을 상대로 지난달 초 500억원대 ABCP발행 여부를 타진했지만 결렬, 이후 운영자금 명목으로 10억원 수준의 일반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범양건영이 H저축은행에게 500억원대 ABCP 할인(발행)을 요청해 왔지만 해당 사업장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 결과 이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PF 대출 건에 대해 제 1금융권이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제 2금융권의 경우 대출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회사측은 "(ABCP 발행 추진은) 회사 내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연말을 대비한 선(先) 자금 확보 차원에서 100억원대 ABL 대출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ABL은 만기가 안 된 대출채권을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는 형태로 증권화해 대출금을 빨리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된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대한건설협회가 평가한 건설시공능력 순위에서 63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로 김성균 전 남광토건 부회장이 지난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해외영업팀을 신설해 해외사업강화에 나섰다. 현재 베트남, 두바이,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중동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업계에선 이번 500억원 규모의 ABCP 용처에 대해 범양건영이 해외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확보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채업계 한 관계자는 "ABCP가 발행 전 단계에서 좌절된 이상 회사측에서는 대외적 공개를 꺼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범양건영의 사업 구조상 해외 사업장이 해당 ABCP의 사용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범양건영은 전체 도급공사 규모 대비 80%에 달하는 국내 관급 공사 비중을 낮추기 위해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의 장기불황에 따른 타격으로 현재 해외사업장의 채무까지 떠안는 상황이다.
실제 범양건영은 지난 9월 해외사업장 계열 시행사 채무 300억원을 인수키로 결정한 바 있다. 80%의 지분을 보유한 'DEVELINVESTKOR LLP'의 카자흐스탄 마나사 비즈니스 센터 개발사업을 위한 PF 대출금 116억원과 'DSEC CORPORATION FZC'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비즈니스베이 오피스 빌딩 개발 사업을 위한 PF 대출금 188억원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4월 베트남 호찌민시 아파트 개발사업을 위한 PF 대출금 165억원에 대한 채무도 인수한바 있다. 일각에선 비슷한 시기에 카자흐스탄 사업에 뛰어든 성원건설의 주상복합 건설사업을 인수하기 위한 ABCP발행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 상태인 성원건설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25층 규모의 주상복합 개발을 위해 기업은행을 상대로 200억원대 PF대출을 받은바 있다. 알마티에는 범양건영도 지하 3층, 지상 23층 규모의 복합건물 개발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시공규모 및 비슷한 시기에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성원건설의 카자흐스탄 사업을 인수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전선과 범양건영의 김성윤 대표와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로 인한 대한전선의 계열사인 남광토건 지원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해석도 있다. 남광토건은 지난달 채권간의 합의를 통해 300억원에 이르는 채무와 1조4000억원의 보증채무 상환을 2013년 말까지 유예한 상태다. 이와관련해 범양건영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을 축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타 업체의 해외사업 인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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