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고수익 지향하는 강남, 포트폴리오 구성도 직접 주문주식, 채권 단순형 상품은 NO, 복잡해도 이익만 내면 OK시장 부담스러운 강북, 예금 등으로 원금 보유 욕구 높아[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김은별 기자]#1. 지난 8일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K은행 PB센터. 이 회사가 판매중인 사모펀드 가입을 타진중인 고액자산가들의 요청으로 미니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운용사의 수석 펀드매니저가 직접 나섰다. 요즘에는 운용을 총괄하는 인력이 상품 설명을 하지 않으면 이 지역 큰 손들이 도통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설명회도 사실상 쌍방향으로 진행됐다. 전문가 뺨치는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자산가들은 더 이상 단순설계형 상품에는 관심이 없었다. 상반기 히트상품인 자문형랩에서 차익을 실현한 이들은 향후 3개월 동안 투자원금의 10%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원했다. 신용등급BBB급 이상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고위험 고수익 투자 대상에 대해서는 종목 선정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도 요구했다.#2. 최근 강남권 W은행 PB센터에는 100억원을 모은 고객 몇 사람이 방문해 자신들에게 알맞은 사모펀드 상품을 구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내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선박 운임,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장 흐름을 포착하고 이들을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를 머릿속에 넣고 돈을 맡기러 온 것이다. 해당 PB센터 지점장은 "시중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괜찮은 구조를 띤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은게 사실"이라며 "본인들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쌓은 시장관을 바탕으로 수익률에 대해 확신이 가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고 귀띔했다.강남 부자들의 이른바 '스마트 재테크'가 점입가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간접투자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이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 개월 자금을 맡기고 10% 이내의 수익을 노리는 투자전략으로 부를 축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식, 채권 위주로 베팅을 하기에는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탓이다. 미국, 일본, 중국의 '환율 전쟁'에서 보듯 향후 경기 방향성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단순한 포트폴리오로 장기간 자금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상품 자산 구성에 대해 직접 관여할 만큼 재테크 식견도 갖춰 자산운용 전문가들을 당혹케하고 있다.◆파생형 사모펀드 열풍 왜=사모펀드 인기는 단기간 고수익 실현에 성공하는 상품이 잇따르면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8월 13일 설정돼 최근 청산한 현대자산운용의 '현대차목표달성형 사모펀드'는 2개월 만에 투자원금의 10.5% 수익을 올렸다. 연 환산수익률이 60%를 넘는다. 여기에 사모펀드로의 자금 쏠림은 기존 상품들의 '고위험 고수익' 이미지를 상당 부분 탈피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전추구형인 ELS를 비롯해 금 등 실물자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대상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고위험 부분을 희석시키면서 일정 수익을 구현시키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면서 강남 갑부들의 지갑 열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이흥두 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주식은 많이 올라서 채권금리는 너무 낮아서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운 시점"이라며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인데 그래도 최근 수익이 나는 상품이 파생형 사모펀드이며 CB, BW가 결부된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커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이 지점에서 최근 판매한 40억원 규모의 'KB카멜레온사모펀드'도 투자원금의 10% 수익률 달성 때 청산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1~5억원 정도의 투자자 10명으로 금새 꾸려졌다. 통상 50~100억원 규모로 구성되는데 소규모로 시장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강남권 PB들의 공통된 반응이다.이와 함께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강남 고액자산가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욕구가 커지는 것도 사모펀드 인기와 결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강남권 PB센터 모 관계자는 "2차 전지 관련주, 삼성그룹이 중장기 성장아이템으로 선정한 업종 등 테마까지 제시하면서 상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투자패턴이 다소 공격적이면서도 헷지 전략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원하는 등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강북은 여전히 안전추구형 위주=강남 부자들이 복잡한 설계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통해 단기 고수익을 겨냥한다면 50대 이상 장년층이 주류인 강북권 부자들은 여전히 안전지향형 재테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부문에 투자를 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적립식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수석 부부장은 "강남과 강북의 투자성향 차이는 지역에 의한 차이라기보다는 고객층이 다른 데서 나온 금액차이"라고 전했다. 또한 "강남의 경우 투자를 미리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 투자마인드가 높아 펀드 상품 주식 등등을 많이 이용한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니즈도 많고, 자산가들이다 보니 요즘에는 자문형 랩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북의 경우 거래규모가 강남에 비해서 작고,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PB들은 연령대에 따라 조금 다른 투자전략을 권하고 있었다. 50대 미만의 경우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의 적립식 펀드를 가장 많이 권한 반면 중장년층의 경우 연금이나 원금보장형 상품을 많이 권했다.사모펀드에도 원금보장을 지향하는 ELS 위주 구성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고영재 국민은행 이촌PB센터 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900포인트에 다가선 상황이지만 과거 좋지 않았던 경험 때문인지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않고 현금 보유를 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펀드 투자도 비과세 신규상품이 없는 해외펀드의 경우 메리트가 사라져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펀드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조태진 기자 tjjo@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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