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초호화 유람선 '레전드호' 직접 타보니…

기대에 조금 미흡하지만 1급 호텔 수준은 돼...카지노 등 다양한 문화 오락 시설 '눈길'

로얄캐러비안크루즈사의 레전드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초호화 유람선'이라는 말을 듣고 영화 '타이타닉호'에 나오는 배를 상상했다. 하지만 28일 인천항에 기항한 세계적 유람선사인 로얄캐러비안크루즈사 소유의 '레전드호'를 실제 탐방해 본 결과 솔직히 기대에 조금은 못미쳤다. '타이타닉호' 수준은 아니었다는 얘기다.그렇지만 국내 1급 호텔 수준은 됐다. 건조된지 15년 된 배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배어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줬다. 인테리어 등은 얼마전 개장을 해 새것과 다름없었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항해를 하는 동안 즐길 수 있는 온갖 문화 오락 시설들이 갖춰진 점은 높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전드호내 레스토랑

이날 오전 레전드호 탐방을 위해 인천항 내항 2부두로 향했다. 사전 개인 정보 등록과 신분증 제시,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한 몸ㆍ짐 검사 등 삼엄한 보안 절차를 거쳐 레전드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국령 바하마 선적의 레전드호 선내는 사실상 미국의 사법제도가 적용되는 미국의 영토나 마찬가지여서 미국 입국과 비슷한 보안 절차를 받는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총 11층인 배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오르 내릴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벽면이 고급스러운 우드 스타일 또는 황금색으로 처리돼 있었고, 빈 공간마다 조각과 그림으로 장식돼 마치 품위있는 귀족의 별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먼저 객실로 가득찬 2층을 찾았다. 트윈과 더블, 3인실 4인실로 자유롭게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구조가 눈길을 끌었다. 3층에 위치한 회의 및 업무 시설인 컨퍼런스룸은 최대 100여명이 회의 및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레전드호의 가운데 위치한 로비 전경.

4층으로 올라가니 본격적인 '유람선'의 면모가 드러났다. 카지노, 샴페인바, 엔터테인먼크 대극장, 레스토랑 등 위락 시설로 가득차 있었다. '정박 중엔 운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카지노는 한꺼번에 수백명이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이 준비돼 있었다. 안내 승무원은 "얼마전 중국인 승객이 돈을 많이 잃자 바깥에 나가 현금을 찾아 와 다시 도전하는 등 2만 달러를 넘게 잃은 적도 있다"며 "국적 불문 승객이라면 누구나 운항 중에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카지노 뒷편에 위치한 '댓츠 엔터테인먼크 대극장'은 음료와 주류 등을 마음껏 즐기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루에 2차례 이상 춤과 쇼가 벌어진다고 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주류나 음료는 돈을 내야 한다.

레전드호 선상에 위치한 실외 풀장.

레스토랑은 '로미오&줄리엔 다이닝룸'이라는 이름의 '정찬 레스토랑'이었다. 즉 반바지나 슬리퍼를 신고선 입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곳에서 점심으로 새우스프와 스테이크, 치즈케익으로 구성된 오찬을 했다. 식료품 모두 신선류와 우유를 제외하고는 미국 마이애미의 창고에서 갖고 온 제품들이었다. 5층엔 앵커스어웨이라운지가 마련돼 있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바로 그 연회 장소다. 이 곳에선 선장 주최로 열리는 파티가 개최되며, 빙고게임ㆍ댄스경연대회 등 승객들이 참여하는 이벤트가 자주 개최된다고 한다. 이 층엔 면세점도 눈길을 끌었다. 보석류, 화장품, 시계 등 부띠크 제품, 주류, 기념품 등이 주 종목으로 국내 면세점에 비해서도 30~40% 이상 싼 값으로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중급 수준의 유명 브랜드 제품이 주로 팔린단다.

레전드호 내부에 있는 카지노.

주로 객실인 7, 8층을 지나쳐 선상에 해당되는 9층으로 올라갔다. 실내, 실외 수영장이 눈에 들어 온다. 좀 쌀쌀한 날씨에도 몇몇 승객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풀 바로 옆에 바가 갖춰져 있어 먹고 마시며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배 후면쪽엔 태닝을 즐길 수 있는 스파와 사우냐, 미용실, 마사지 테라피 룸, 스포츠 덱, 피트니스센터 등이 갖춰져 있었다. 배 앞 쪽에는 온갖 세계 각국의 음식이 다 갖춰진 뷔페식 레스토랑도 영업 중이다. 이정도면 1급 호텔 못지 않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18홀 미니어처 골프코스가 설치돼 있었다. 이 곳에선 승객들끼리 토너먼트 시합을 개최하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락을 즐긴다고 한다. 그 바로 옆에는 10여미터 높이의 암벽등반 코스가 마련돼 있었다. 일부러 선상에 암벽등반 코스를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로얄캐러비안크루즈사 소속 배의 특징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부터 80~90세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바다위 선상에서 파도를 내려다보며 암벽등반을 통해 체력도 키우고 여가도 즐기는 곳이었다. 이밖엔 배 곳곳에 바와 라운지가 갖춰져 있고 인터넷 룸(8층), 도서관(7층), 메디컬센터(1층), 포토갤러리(6층)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 여가시설 등이 준비돼 있었다.

레전드호 선상에 위치한 수영장 전경

또 이같은 프로그램이나 주요 선상 소식을 담은 '선상신문'이 매일 저녁 배달돼 선상 생활을 안내하고 있었다. 안내 승무원은 "댄스 강좌, 냅킨 폴딩, 요리시연프로그램, 건강세미나, 요가, 필라테스, 빙고게임 등 승객들을 위한 다양한 선내 프로그램이 진행돼 승객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 승객들을 위한 배려도 각별했다. 한국인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한국어가 선내 공용어로 지정돼 있어 모든 안내판에 한글 표기가 돼 있었다. 태국ㆍ싱가폴ㆍ중국ㆍ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도 간단한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한다. 사실 레전드호가 세계 최고급은 아니라는 사실은 로얄캐러비안크루즈사 측도 인정하는 기정사실이다. 더 좋은 배들은 프리미엄급 선사인 셀러브리티 크루즈, 럭셔리 선사인 아자마라 크루즈 소속으로 세계를 운항하는데 지난 2009년 취항한 22만t급 선 오아시스호가 그야말로 전세계를 몇달간 누비는 최고급 초호화 유람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레전드호는 크루즈 여행이 덜 활성화된 '아시아' 지역을 운항하는 배 중엔 최고급ㆍ초호화가 맞다는 설명이다. 현재 부산을 모항으로 상해, 홍콩, 나가사키, 오키나와, 타이페이 등 아시아 주요항구를 운항하는 한ㆍ중ㆍ일 크루즈 여행에 투입돼 있는 상태다. 앞으로 서울 관광객들을 위해 인천항에 내년 7월부터 10회 정도 더 인천에 기항할 예정이며, 인천항에 크루즈선 전용부두가 생기는 2014년 이후엔 아예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프로그램도 생긴다고 한다.'초호화 세계일주 유람선'을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가졌다면, 진짜 유람선에 올라 영화 타이타닉 호의 한 장면을 흉내내보고 싶다면, 이 배도 괜찮을 듯 싶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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